십이국기 11 - 제7부 화서의 꿈
오노 후유미 지음, 김윤주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4년 9월
품절


"굳이 너를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야. 내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타이키는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느낀 것은, 교소우가 또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늘 쓸쓸해하고 불안해하니까. 그래서 교소우는 이런 형태로 신경을 써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그렇지만."
기뻐하고 있지 않다고 여겨지기는 싫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신경을 써 주면 부담만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말을 찾고 있는데, 교소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너무 성급하다고 한다."
교소우는 의자 하나에 앉아 옆 의자를 가리킨다. 타이키는 얌전하게 그 곳에 앉았다.
"너무 성급하고, 너무 과감하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 그것은 꼭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는 옛날부터 고삐를 늦추는 것을 잘 못 해. 그래서 코우리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편이 좋은 거야."
"…저를요?"
"백규궁에 갓 들어왔을 때처럼 코우리가 늘 그것은 무엇이냐고 물어 봐주고, 말 상대가 되어 주는 편이 좋아. 그렇게 누름돌이 되어 조급한 기분을 가라앉혀 주지 않으면, 나는 곧 관을 내버려두고 혼자서 달려가 버릴 테니까."-61쪽쪽

"일단 오늘은 코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느긋하도록 하지. 요즘 나는 신경이 예민해서 옆에 오는 것이 무서워서 싫다고 가심이 말하더군."
"가심이요? 서주사의?"
가심은 분명 원래 교소우군에 있던 인물로 서주사 우군을 이끌고 있다.
"배를 곯린 호랑이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
교소우가 쓰게 웃었고 타이키도 무의식 중에 웃었다. 어쩐지 그랬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타이키는 교소우의 파수꾼이고 그가 배고프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으면 되었던 것인가 하는 기분이.
"그러면 저는 교소우 사마가 배가 부르시도록 열심히 할게요."-62쪽쪽

얼굴을 든 겟케이에게 그는 측은한 듯한 시선을 던졌다.
"혜후는 봉왕을 경애하고 계셨군요."

얼마나 무자비한 왕인가 하고 격분했던 것은 거짓없는 사실이다. 겹겹이 쌓여가는 백성들의 시체에 겟케이는 화가났다. 그 행위에는 증오마저 느끼고 있었지만. - 그랬다. 분명히 겟케이는 츄타츠 자체를 증오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겟케이에게 츄타츠는 전과 다름 없이 청렴결백한 관리였다. 더없이 부패했던 왕조 안에서 결연히 맑았던 고고한 존재.
"…나는 아마 주상이 언젠가와 같은 존재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고 바랐었다고 생각하오. 기대였지만 주상은 그것을 계속 저버리셨지. 차라리 그분이 권력에 교만해져서 부패를 한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소. 그러면 이미 주상에게 기대를 품는 일도 없었겠지. 그러나 그분은 욕심이 없고 사심이 없는 점에 있어서는 약간의 변화도 없었소……."-97쪽쪽

"시쇼우는 자신의 죄에서 도망치지 않은 거야…….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골랐어……."

"…책망과 비난은 변화가 아니다…인가."
괴로운 빛을 띤 음성에 슈카가 뒤돌아보자, 세이키는 쿡쿡 웃으며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
"…역시 시쇼우 사마시군요."
"시쇼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분명히 그 말대로의 의미일 것입니다. - 사람을 책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야? 난 결코 시쇼우를 책망하거나 비난한 적이……."
"아니오……."
세이키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시쇼우 사마는 자신의 일을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자신이 도달한 결론을, 교훈으로 관리들에게도 남기려고 하셨습니다."

"'책망과 비난을 하는 것은 쉽다. 그렇지만 그것은 무엇인가를 바로잡는 것은 아니다'라고요."
-248쪽쪽

"즉… 이상은 높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로군."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적합하지 않은 자가 국권을 잡는 것은 악이야. 분명히 사람이 무능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야. 그렇지만 왕이나 정치만은 그렇지 않아. 무능한 왕은 있어서는 안 돼!"
"그러니까……."
말을 하다 말고 세이키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슈카도 깨달았다. - 그렇다. 왕만은 무능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래서 시쇼우는 천명을 잃었구나……."-254쪽쪽

"도와서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대방이 서면 손을 놓아 줘야지. 공을 원조하는 것은 좋겠지. 국고를 도와서 공이 난민을 원조하기 쉽게 해 주는 것에는 찬성이야. 그렇지만 베푸는 것은 공이어야만 해. 옆 나라가 도와 주면 류의 백성들도 마음 든든할 것이고, 이후 갚아야 할 은혜라고도 느끼겠지. 그것은 주가 돕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공이라면 언젠가 그 은혜를 갚을 수가 있지. 어쨌든 옆 나라니까. 주가 베풀면 은혜를 갚을 방도가 없어. 갚을 방도가 없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과 같아. 그것에 익숙해지면 난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꺾는 것이 돼."-30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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