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우리를 관리하는 놈들이라든지, 미래에 우리를 관리하려는 놈들에게." 그것은 미나가타의 말이었지만, 동시에 나의 말이기도 했다. 다른 점은 언제 그것을 깨달았느냐 하는 것뿐이었다.-118쪽쪽
"삼촌은, 날개만 있다면 자유롭게 아무 데나 갈 수 있을 텐데, 라는 말을 자주 했었어. 하늘 높은 곳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박순신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겸연쩍은 듯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어갔다. "삼촌은 아마 날개를 달고 어디 다른 곳으로 날아갔을지도 몰라. 지금쯤 구름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171쪽쪽
어이, 그런 표정 짓지 마. 지금 바로 일어설 테니까. 잠깐 쉬었을 뿐이야. 곧 그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게 해줄게. 사랑해, 야마시타. 자, 봐.-244쪽쪽
그때였다. 박순신의 목소리가 무음의 세계를 가로질렀다.
"소중한 걸 지키고 싶지 않아? 아저씨."
얼굴을 들었다. 바로 앞에 박순신이 서 있었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순신의 뒤에서는 학생들이 주먹을 쥐고 나를 마구 선동하고 있었다. 이건 나의 싸움인데 대체 나는 누구에게 충동질을 당하고 있는가? 분노? 증오? 환희? 이건 아냐.-24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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