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영욱 지음 / 샘터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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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기 전까지 세 시간 가량 남았을 무렵, 오늘도 석상님을 알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간다고 말했다가 위스키 한 잔을 원샷해야 했다.

모든 모아이를 다 찾아보려면 가야만 한다니까
나이가 지극하신 테파노 씨의 누님께서 거나하게 말씀하신다.

"모아이 여기 있잖아. 내가 모아이야."

모아이는 이스터섬 주민들의 조상신인지라
여기 사람들이 모아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칠레)-58쪽쪽

오랜 시간 겹겹이 쌓여온 시간의 흔적은
가장 현대적 자취인 관광객들과 어우러져 그 존재를 과시한다.
시끌벅적한 수학여행객 부랑자들만 제외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모든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고장나 있거나, 무척 느리거나, 돈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지하철역 티켓 자판기는
무척이나 로마스럽다.

대중교통 총파업이 실시된 로마의 오전은
단지 차분했다.
영문을 모르는 관광객 몇몇만
영원히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며
어리둥절해 할 뿐이다.

(이탈리아 남부)-98쪽쪽

하루 내내 머릿속에서
'우리는 단일민족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를 봐서 장동건과 송강호와 오영욱이
같은 민족일 수 있는가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아프리카도 단일민족대륙이고,
1차대전 역시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네덜란드)-209쪽쪽

깜삐돌리오 언덕.

똑같은 모습을 하고, 똑같은 책을 들고,
다만 생각만은 다양할
한국인 여행객들이 로마로, 로마로, 모여든다.
하루 종일 깜삐돌리오 언덕의 그늘가에 앉아
거의 일어날 리가 없는 일들을 상상하며
로마의 관광객을 구경했다.

(이탈리아 북부)-261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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