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내란 때에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군을 지키는 건 남자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그건 불공평합니다. 남자에게는 자신이 정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 권리가 있는데 여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겁니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저 역시 제가 정한 사람이 어떻게 싸우는지를 제 눈으로 확인하고, 혹시 가능하다면 미약하나마 그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검을 쥐고 싸울 줄 아는 여자로서.
-108쪽쪽
"우리들은 모두 피가 이어지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얘기인가."
"뭐야, 왕비 씨. 되게 진지하게 말하네?"
"아니, 신기한 우연이구나 싶어서."
"하지만 리. 22년간 - 그 뒤로도 계속, 그 사람이 내 아버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야. 지금의 날 만들어준 건 아말록이니까."
"이하동문."
이븐도 웃었다.
"난 아버지에게 숲에서 지내는 방법부터 수영, 검술까지 모두 배웠어. 네 말대로야, 리. 문제는 핏줄이 아니야. 누가 날 지금의 나로 만들어주었는가지."-322쪽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