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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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재벌에 넘어갔다"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재임기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한 나라의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했던 말치고는 참 낯 뜨거운 얘기였겠지만, 이미 재벌에게 넘어간 국가권력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직시할 수밖에 없었을 그의 이 한마디를 다시금 새겨본다.
 
2007년 삼성의 비자금 사건을 폭로해 큰 주목을 받았던 김용철변호사가 최근 ‘삼성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방송 및 주요 언론에서는 기사는커녕 광고조차 할 수 없었던 이 책은 출간직후부터 소리소문없이 주요 인터넷서점에서 수십 만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동안 나는 한편의 엄청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고, 삼성 비리의 주요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만 같았다.

삼성은 국내총생산(GDP)의 18%,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20%, 한국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재벌이다. 재벌이라는 표현보다는, 그들만의 왕국을 이루고 있다는 면에서 재벌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런 삼성은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에버랜드와 삼성SDS를 통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변칙으로 헐값 발행해 불법과 탈법을 자행해왔다. 또한, 삼성이 가는 곳이 바로 길이 된다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10조원(매출액이 아니라 비자금이다!)에 이르는 엄청난 비자금을 만들고 각종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세속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정치권력과 검찰의 주요 수뇌부는 삼성권력에 돈(떡값 아닌 뇌물)으로 매수되어 정상적인 기능을 전혀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는 지난 몇 년간 삼성관련 재판에서 무죄와 집행유예로 드러나고 있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 질서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비롯된 변칙적인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대공황에 버금가는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뒤로 금융재벌을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로부터,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정치권력은 물론이고 언론과 검찰과 같은 사회의 견제시스템을 자본으로 매수하며, 이건희의 회장 복귀나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 꼼수를 부리고 있는 삼성은,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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