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L미경은 이제 좋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 미경의 조건이 늘 어른 거리던 것은 사실이었다. 애초에 관계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수영을 포함해 얼마쯤 그것이라는 점도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처음에 수영을 그렇게 좋아할 일도 없었다. 그간 미경과 함께한 시간은 공상이 아니었다. 손을 맞잡고 몸을 맞댄 채 품고 나눈 기쁨과 즐거움, 감정들은 사실이었고 진실했다. 아까 미경의손을 잡았을 때 느낀, 통증 같은 떨림처럼.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미경이었다. 더 사랑하고 싶은사람도 미경, 우리 애인이었다. 수영은 아니었다. 하지만자신은 한 칸짜리 오피스텔과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차처럼 작고 초라했다.
차라리 그 오피스텔과 낡은 차에서 벗어날 방법이 미경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만 가지면 여자는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는 그 말들처럼 끝끝내그렇게 생각해 버리고, 미경에게는 아무 진심도 없으며회사에서처럼 모든 일과 관계에서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자신을 윽박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되지가 않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