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전설 1
야기 노리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보기만 해도 사람들을 공포게 떨게 하는 주인공 기타노. 그의 얼굴은 흡사 악마와 같이 생겼다. 아래의 그림은 네이버에 있는 온화한 표정의 그의 사진을 떠온 거지만, 사실 그가 눈을 치켜들 땐 흡사 악마와 같아서 제목 '엔젤전설'과는 정말 다른 컨셉을 가진 주인공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그를 '악마'라고 부르며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 다닌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기타노는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살면서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 본듯 아니면 진짜 왜 사람들이 그를 보고 도망가는지 모르는 듯 의연하기만 하다. 이 만화책을 13권까지 읽으면서 기타노 본인이 무섭게 생겼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가도 진짜 알까라고 의심해 보게끔 하는데서 작가의 스토리텔링 기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책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기타노의 표정 하나하나와 주인공의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과장스런 반응에 의해서 13권까지 스토리가 전개되어 진다. 물론 공포 스토리는 아니다. 단순히 고등학생 한명과 그 주변 인물들간의 얘기다. 주인공은 그의 얼굴 표정이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향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지 잘 모르나 그것을 해석하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은 과장되고 재미있어 주어 이 책을 단숨에 13권까지 읽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중요한 것은 기타노를 통해서 얻게되는 감동이지만 말이다. 

 기타노는 어느 날 명성 고등학교에 전학을 온다. 그는 얼굴만 무섭지 실은 공부 잘하고 성실한 모범생이다. 그의 얼굴은 부모님, 특히 아버지쪽의 유전자에(?) 기인한건데 기타노가 키가 커지고 근육이 붙는다면 흡사 아버지와 같이 생겼다. 그 두 부자가 등장할때면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자지러지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기타노의 아버지도 평범한 회사원일 뿐인데 부모 면담 등 으로 아버지가 학교에 등장할 때마다 조직 폭력배로 몰리게 된다. 

아무튼 기타노는 무서운 얼굴 때문에 학교에 입학 하는 순간부터 전설의 캡장이라는 감투를 쓰게  된다. 사실 그는 싸움 할 줄 모르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고등학생이지만 명성고교의 제 1인자로부터 바로 새로운 캡짱으로까지 받들어 모셔지게 된다. 기타노가 싸움을 잘 한다고 오해 받는 것에는 여러가지 우연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외모로부터 받았던 오해로 인해 맞는 것에 달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빠르게 피하는 재주를 갖고 있다. 기타노 자신은 잘 피할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때릴지에 대비해서 그의 몸이 먼저 자동 반응하여 피하게 되는데 그것이 오히려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싸움을 굉장히 잘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그러나 그의 일관된 '나보다 남을 살피기'와 순수한 마음은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역시 캡짱이라는 더 큰 오해아닌 오해, 말하자면 경외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거기다가 다른 사람을 보살핀다는 컨셉까지 더해져 주변인들이 경외심을 가지고 그를 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만화책에서는 순수함과 남을 진정으로 위하는 기타노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번번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캡장 자리에 도전을 하지만 질 수 밖에 없다. 자기를 때리려고 하는 사람도 결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는 그에게 싸움을 걸 수 조차도 없는 것이다.  

주인공 기타노가 우리의 위대한 주인공으로 탄생하고 이야기가 전개되게 되는 가장 크나큰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그의 순수함과 이타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외모로만 그를 판단하고 괴롭히려 하는 타인들때문에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삶을 살았을까. 그것에 맞춰 '절대적 피하기' 경지까지 오른 그를 보면서 읽으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왜 그를 사람들은 내버려 두지 않는거지? 외모가 어때서?  

외모로부터 미리 사람을 판단하고 취직하기 위해 남,녀 할 것 없이 성형 수술이 유행하는 우리 현재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진 나로서는 그의 순수함에 푹 빠져버렸다. 나랑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의 순수함과 무서운 얼굴생김으로 인해서 캡짱으로 인식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숭배되는 기타노.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에서 서술하고 있는 과거 각 인물들의 모습대비 현 시대에 앞으로 유혹적인 모습의 대표상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잘 생긴 외모에 좋은 학교 좋은 회사에 다니는 말 잘하고 유쾌한 사람은 이미 너무 많다. 기타노처럼 "근접하기 쉽지 않은 날카롭거나 무서운 외모 + 순수함 + 이타심 + 공부잘하는 모범생/잘나가는 나 " 이 합쳐져 주위 사람들의 경외심을 받고 주변에 그와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인물이 미래의 유혹적인 인물상이 아닐까?

 아무튼, 만화속에 그가 등장할 때마다 어떤 표정을 이번에는 지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참 재미있게 읽었다. 눈썹도 없고 검정색 동공이 위로 엷게 치켜올라간 눈 사이로 하얀 색과 검정색이 반쯤 나눠져 있는 그의 눈이 햇빛을 받아 찡그러졌을 때 더 얇아져서 더욱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상이라던가 올백으로 넘긴 머리칼이 왁스가 떨어졌거나 물을 뒤짚어 썼을 때 직각으로 곤두서서 사람들을 혼절시키기 까지 하는 그의 악의 없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