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의 말미를 읽으면서 이 책을 10대에게, 20대에게, 그리고 국회의원들에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해 보았다.
이 책의 내용을 정작 알아야 할 것은 X세대의 끄트머리를 잡고 있는 내가 아니라 지금의 10대, 20대 그리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40대와 50대라는 생각에서 였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까운 20대 후배들에게 이 책을 사주는 방법 밖에는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모인다면 책보내주기 운동도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하며 설래이는 밤을 보냈더랬다.
지금의 사회를 '유괴범'에 비유하면서 10대를 볼모로 잡고 20대를 협박하고 있다는 비유는 좀 과격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요즘 어디를 보나 '세계화', '무한경쟁', '자기관리' 등의 단어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나는 여기에 반문해 보고 싶다. 적당히 살기위해 적당히 노력하면 안되는 것인가? 토끼같은 가족들과 오붓하게 살고 싶은 나에게 왜 사회는 이런 살벌한 말들을 강요하는가?
과연 모두가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가? 왜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워야만 하는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 아름다운 삶인가?
'내가 바라는 삶인가?'
내가 대학 초년생때만 해도 도서관에 진을 치고 옆에 높다랗게 책을 쌓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시생들 뿐이었다. 하지만 졸업할 무렵이 되자, 그런 학생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은 고시생이 아니라 단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과거 고시생들처럼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회에 나온 뒤에도 주변이 누구 하나 마음 편한 사람, 삶에 만족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끊임 없이 혁신과 진보를 강요 받으며, '자신'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협박을 받고들 있는 것이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CEO나 국회의원같은 직종에 관심이 없다고 본다. 다만 나처럼 소박한 집에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꿈 아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력질주를 해야만 한다. 적당히 살아서는 이런 평범한 삶 마저도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의 꿈'이라는 말은 그처럼 소박한 나의 집을 마련하기가 꿈처럼 어렵다는 뜻이며 '가족과의 대화'가 강조되는 것은 아이들은 학원으로, 어른들은 야근으로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사회를 떠나지 않는 한, 이런 질곡에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떠나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사람살기 어려운 나라인가 알게 된다. 저자가 비유한 '개미지옥'이란 말이 과장은 있을지언정 거짓은 아님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주의 끝에는 공평한 댓가가 기다리고 있는가? 그렇지만도 않다. 최고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배경이 있고 비리가 있다는 질시어린 누명이 씌워지기 마련이다. 이 사회에서 그들의 성공은 정상적이고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경주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은 그간 생각해 왔던 나의 의문들을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해 본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한 두 권 정도 주변 사람들에게선물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