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아름다운 소설 "이몽"

이몽 1 - 운명의 택군
김시연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5월

본래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근 "이몽"이란 소설책을 선물 받아 단숨에 읽었다.  

핵심 스토리는 가난한 강화도 도령이 사랑하는 정인과 벗들을 두고 갑작스럽게 보위에 즉위하여 임금이 되어, 인생의 변화에 있어 조선의 말엽 상황과 맞물려 엄청난 괴뢰움과 고통을 겪다가 승하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보통 철종대왕이라면 간단히 강화도 도령 내지 안동 김씨에 눌러 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무능하고 한심한 임금으로 기억한다. 특히 이 부분은 후대왕인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 대원군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더욱 명확하게 각인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 여러 장점을 발견하였고,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하루 밤새 완독하였다.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나게 철저히 고증을 거친 것이라 하겠다. 우리는 사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조선시대와 순식간에 단절되어 버렸다. 그때 궁궐 및 일반 백성의 삶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 단편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임금의 치세에 따라 발생한 큰 사건만 치적만을 외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도표 암기는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역사는 암기과목이 될 뿐이고 재미를 반감할 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시대의 여러 삶을 진정 주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서술에는 단순한 생활외에도 향, 한약, 심지어 명리학에 입각한 대왕의 사주 간명 내용도 나온다. 

어찌 택군을 함에 있어, 사람의 인생에 있어 사주가 없었겠는가? 이 소설이 그것을 현대적 관점에서 그것을 서술한 내용을 독자로써 봤을 때는 진한 감동이 일었다. 대왕의 사주는 이러하구나, 이렇게 해석하였구나...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하기도 하였다.

이런 부분은 특히나 향, 한약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궁중의례 및 왕후장상의 의복 및 궁중의례의 묘사는 실제로 강한 리얼리티를 부여하였다. 

두번째 장점으로는 이 소설이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있자니, 철종대왕과 그의 슬픈 정인 봉이와의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 사랑과 마지막까지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는 모습, 마지막까지 봉이를 잊지 못하는 철종의 모습에 심히 가슴이 아리고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이런 부분은 더욱 강화되어 심지어 가슴이 먹먹하기 까지 하였다. 감수성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사는데 소설의 글을 통해 먹먹한 가슴, 뜨거운 눈시울을 느낄 수 있다니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세번째 장점은 소설의 전개 및 사용 어휘이다. 현대는 한자가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한자를 매일 같이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 이 소설은 죽어가는 한자를 우리 곁에 추상적이 아닌 실제적 관점에서 부활시키고 있다. 특히 어려운 사자성어는 각주를 달아 알기 쉽게 설명하였는데 시의 적절한 사용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그런 우리의 말을 부활 시키면서도 전개는 경쾌하고 스피드 하였다. 슬픈 내용을 빠르게 전개해갈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인 것 같다. 지겨움을 없에 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이은성 선생의 "동의보감"을 읽는 느낌도 있었고,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을 보는 감정도 있었다. 

그런데 차이점은 동의보감은 서술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운데 비해 가볍고 경쾌하고,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은 묘사와 설명의 부분이 너무 주밀하여 전개가 재 빠르지가 못해 책에 야에 취해 완독하기 어려운데, 소설 이몽은 너무나 슬픈 이야기를 비슷한 형태의 순 우리말 및 한자, 사자성어를 사용하며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식 전개로 승화하여 가독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된 느낌이라고 할까... 어쩌면 "동의보감"과 "임꺽정"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책값도 저렴하고 너무나 슬프기만 한 인생을 살다가신 철종대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역사인 조선 말엽의 상황을 너무나 생생하게 엿 보며, 사장되어가는 단어와 사자성어를 재회할 수 있어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또한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소재도 아름다우면서도 비교적 낯 익은 것이라, 영화나 만화로 제작되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 꼭 사극 드라마나 영화등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고하니니, 독서는 인간의 양식을 살 찌게 하는 바, 반드시 구입하여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