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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특별판) ㅣ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평점 :
절판
SF소설의 경우, 크게 두 단계를 거쳐 쓰여진다. 큰 뼈대가 구성되고, 뼈대 사이를 살고기로 채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뼈대와 살고기에 각각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 첫째는 큰 흐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오류다. 소설을 구성할 때 재미나 조건을 위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세부적인 표현에서 생기는 오류다. 사소한 오류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읽은 뒤 시간이 좀 지나면 금방 잊어먹는다.
앤디 위어 작가는 [마션]을 빼놓지 않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워낙에 하드SF라서, 읽은지 10 년도 더 지난 지금도 깊은 인상이 남아있다. 내가 이 소설에서 기억하는 오류는 뼈대에 해당하는 것 딱 하나 뿐이다. (그 문제를 발견한 분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걸 발견한 나조차도,) 책의 전개상 어쩔 수 없이 오류를 만들었겠다며 수긍한다.
그런데 이 책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폰에 메모해 놓은 오류가 50여 가지나 된다. 책 분량에 비해 특별히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큰 뼈대와 관련되어 나타난 오류가 많아서 좀 심각하다. (오류를 설명하는 글을 쓰자면, A4 용지 수십 쪽 분량의 글이 될 테니, 그냥 건너뛰고, 대표적인 거 하나씩만 살펴보자.)
외계인 로키가 사는 행성은 애초에 만들어질 수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 행성의 크기와 질량에서 시작해서, 언급하는 여러 조건을 만족시키는 방법이 없다. 이건 [마션]에 있던 오류처럼 필요에 의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뭐 그러려니 생각한다. (감사의 말을 보면, 도움을 준 행성과학자나 천문학자가 있었다고 적혀있지만, 세계관 구축을 위해서 전문가들도 오류를 받아들였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뼈대를 구성하면서 생기는 열 개 정도의 오류는 너무 많다. 이렇게 많다는 건 처음부터 스토리를 계획하고 쓴 게 아니라, 쓰면서 뼈대를 계속 바꿨다고밖에 볼 수 없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결코 좋은 작법은 아니다.
살고기에 해당하는 오류는 덜 중요하다. 그냥 쓰다보니 표현상 실수나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실수가 반영된 것이다. 예를 들어, 수성과 금성에 탐사선을 보내기 힘든 이유에 대해서, 행성이 빨리 움직여서, 탐사선이 행성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물리적으로는 반대다. 지구 궤도에 있던 탐사선이 금성이나 수성 궤도까지 움직여가면, 해의 중력 때문에 탐사선 속도가 빨라져서 수성이나 금성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당연히 행성을 공전하는 궤도로 들어가려면 연료를 많이 써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 과학책을 써보니 이런 오류를 모조리 잡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인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다.
이외에도 맞춤법 오류나 번역 오류로 보이는 것도 꽤 많았고, 편집오류로 보이는 것도 조금 있었다. (몇 가지는 메모해 놨지만, 대부분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소설이 전반적으로 어떤 조건이나 사건이 발생하면, 그와 관련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마션]과 비슷하지만, 근데 [마션]과는 다르게 집중해서 읽어지지 않는다. 괜히 원고 분량만 늘어났다는 느낌이 든다. (다 읽은 뒤에 계산해보니, 이 책을 읽은 속도가 14 쪽/시간으로, 전부 읽는데 48 시간이 걸렸다. 과학책 만큼 읽는 속도가 느렸다.)
그래도 괜찮다. 국어국문학과 나온 분이나 국립국어원에 근무하는 분은 맞춤법이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 대노할지도 모르겠지만, 맞춤법이나 글이 좀 장황한 게 무슨 대수겠는가? (국립국어원이 일으키는 문제 때문에 언중이 겪는 혼란과 비교하면, 이런 책이 일으킬 수 있는/일으키는 혼란은 말 그대로 별 거 아니다.)
그러나 과학적인 오류는 문제가 좀 심각하다.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런 문제가 있지만, 세계관과 스토리 구성이 많이 좋기 때문에, 별을 3 개나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