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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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제발 그만해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포기하겠다고 29일 밝혔지만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전 단계라는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운하 논란 이외에도 경제적 타당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나, 대규모 강바닥 준설에 따른 생태계 파괴 우려 등 4대강 사업자체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아이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 남은 주부만의 노동을 미룬 채, 신문 기사를 읽는다.

한해의 절반을 보낸 7월 1일 아침, 연초에 세운 계획들이 作心三日(작심삼일)로 그치지나 않는지 다시 심호흡을 가다듬다가 한반도 4대강 살리기라는 정부와 대통령의 생각에 잠시 의문을 가져본다.

태안의 미완성인 운하가 3년의 기한을 두고 2.8km를 뚫는 데 총 경비 2천5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20대 실업자 중 대졸 실업자가 매년 늘고 있다는 통계청 보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두 집 건너 한 집에서 조기에 명예퇴직을 한 아버지들과 취업재수를 하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고 있다.

하물며 매년 대학 입학금은 천만 원 시대를 넘어선지 오래고, 2005년 40.9%였던 대졸자 실업률이 2009년 들어서 사상최대인 52.2%라는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사회가 이러한 때 과연 이 공사가 타당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의 공사는 어느 정도의 인력과 예산이 소모 될까?


잠시 생각의 실타래를 감는데, 딩동딩동 요란한 차임벨이 울린다.

초등학교 독서회 선정도서인 안도현의 연어가 배달되었다.


<연어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느껴진다.> 책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연어!

9월과 11월 사이 강으로 되돌아와 알을 낳는 모천회귀성 어류.

자갈이 깔리고 물살이 약간 있는 여울에 직경1m, 깊이50cm 안팎의 산란 터를 만들어 알을 낳기 위한 이유만으로 북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온다.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싶은 은빛연어는 자신이 여느 연어와 다른 모습을 지였음을 바다로 나온 지 1년이 지난 뒤에서야 누나를 통해 알게 된다.

그래서 유독 다른 연어와는 달리 물수리나 불곰의 표적이 된다. 무리 중에서 강으로 이동하는 도중 자신을 노린 천적으로부터 누나를 잃고 자신의 의지와 다른 연어들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단순히 알을 낳기 위해 태어난 초록강으로 돌아가는 하는 사투는 자신의 삶의 이유가 아니라고 강하게 고개를 흔들지만, 눈맑은연어를 만나면서 차츰 삶에 의미를 부여 하며 초록강으로 향하는 여정에 놓이게 된다.


각자의 욕망이 다른 많은 연어들 앞에서 은빛연어는 초록강으로부터 자신이 얼굴도 알지 못한 아버지연어의 무용담을 들으면서 어쩌면 부전자전으로 자신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길을 통해서가 아닌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삶이 진정한 연어의 길임 깨닫게 된다.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높이 3m의 폭포는 자신들이 떠나기 전 보다 35cm정도 높아졌다는 것을 알고 편한 길을 선택하라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희망을 품는다.


폭포!

우리들의 삶에도 폭포는 늘 도사려져 있다. 시련과 실패라는 폭포를 딛고 일어날 때 비로소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되돌아가는 목숨을 거는 힘겨운 여정과도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하고 두려워만 한다면 연어는 어디에도 자신의 분신을 남기지 못한 채 죽어갈 것이다.

어쩌면 연어가 모천회귀성 어류에서 다른 분류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얼마 전 장흥 댐에 갔다.

댐을 공사하는 동안 유입된 많은 인력 장비들과 소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이- 연어가 폭포를 오르지 못하도록- 인간이 쌓아놓은 댐 앞에서 연어와 같이 회귀 본능을 지닌 물고기들이 댐 위편으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하여, 인공으로 물고기를 옮겨주는 전시관 앞에서 잠시 발전과 변화가 가져다주는 많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생각에 머무르게 했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쉬운 길과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어려운 길 앞에서 갈등을 하게 되고, 은빛연어도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주장하며 나선다.

힘껏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주둥이가 헤진 헝겊이 되고 노곤한 몸을 쉬지 않고 산란터를 만들었던 눈맑은연어의 삶이 자연의 한 배경이 되는 생명의 강, 산과 강과 땅이 하나이듯 인간과 연어가 하나의 배경이 되는 강에서 삶의 특별한 의미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깨달은 은빛연어는 비로서 자신이 얼굴도 알지 못한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의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


연어란 무엇일까?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 살면서 유별나게 알 낳기를 강에 고집하는 이유가 무었을까?

연어가 되돌아 갈 수없는, 그래서 인간도 살수 없는 강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행복을 느끼려는 자연의 순리와는 모순이 있는 것 같다.

꽃은 꽃대로 별은 별 그대로, 사람은 사람대로의 아름다움이 배경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 이제 그만 그 안에서의 훼손을 막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 정비되고 공사되어야 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다.


4대강 살리는 공사로 인해 연어들이 살수도 되돌아 갈수 없고, 새들의 먹이가 없다면 누굴 위한 4대강 살리기 인가?

은빛연어와 그 무리들이 인간이 제공한 편의적인 길을 선택하지 않고 자연이 만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갔던 것처럼, 고통도 아름다움의 일부로 여기는 자연은 인위적인 발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연어, 라는 말 속에 강물 냄새가 난다.>


어쩌면 인간도 어디에 살던지 죽음의 그 순간순간에는 초록강 이라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려는 연어의 습성을 닮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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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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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할아버지의 안내견(와조)과 함께 3년이라는 시간동안 시간

여행을 한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름대신 숫자를 부여해주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누구의 숫자로 불리우 질 않게 되는 어느 날,

낯선 지하철에서 자신의 소설을 파는 여자(751)를 만나게 되면서

혼자보다는 둘의 중요성을 터득해가게 된다. 표지가 말해주듯이

자유로운 자신을 찾아 어느 특정(자신의 집) 공간에 안착하기

위한 여행은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여행에서 주인공은 매일 자신의 일상을 편지로 남겨 누군가에게

보내는 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자신의 주소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여행중에 만난(숫자가 부여된)

사람의 주소로 편지를 하며 그들 누구에게 답장이 오는 날을 여행

의 끝으로 여기는데 와조의 건강악화로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와조의 삶을 생각해본다.

와조의 질병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됨으로써 편지여행은 끝이라며,

집으로 돌아오나 자신을 반기는 것은 5초에 한 방울 떨어지는 고장

난 수도와 시계의 촛침소리 뿐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3년이라는 시

간동안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모습으로 자신을 살게한 와조의

죽음을 맞이한다.

옆집아줌마가 보관하고 있던 편지뭉치를 받으며 여행중에 만난 숫자

들이 한 번도 거짓없이 자신을 대했던 것을 알게되고 그들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여행이 헛되지 않았음에 안도

하게 된다.

편지란 기다림, 설레임이다. 뜯어보기 전까지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희망이며 환상이다.

개봉 후에 기쁨이 될 수도 절망이 될 수도 있다.

여행중에 썼던 가족에 대한 편지들은 어쩌면 당연하듯이 말하지 못

한 가족애에 대한 표현이리라. 말하지 않으면서 알아주기를 바라

는 요즘 가족구성원들의 동거는 어쩌면 해동이 풀린 봄볕 강가에서

발아래 단단한 얼음만 믿고 썰매를 지치는 위험한 행동이 아닐까.

편지를 기다리는 지훈의 삶은 앞을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며 설레임이다.

교통사고로 가족전부를 잃고 자신의 삶에 놓여진 암흑같은 절망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맞이해야 하는 미

래는 그리 청신호만은 아니기에 그는 편지라는 설레이는 모티브를

통해서 아무도 알수 없는 우리들의 삶에 내일이라는 낯선시간을 희

망이라는 이름으로 놓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장은진 !

다소 생소한 작가의 이야기는 잃고 살아가는 희망과 자신감에 대해

스스로의 주문을 걸어도 될듯한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만기적금을 탈 날을 기다리는 설레임이 아닐까

정겹고도 쓰라린 이 소설은 써 본적이 있고, 기다린 적이 있고, 받

지 못한 적 있는 편지에 대한 애틋한 시절의 아픔이 절절히 전해져

오는 것 같다.

/현솔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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