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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3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광수생각은 주지하다시피 한국 신문만화계에 일대 바람을 불러왔던 연재물이다. 나는 조선일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광수생각의 연재에 있어서는 당시의 조선일보가 상당히 괜찮은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광수생각의 내용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연재가 계속되면서 박광수씨는 소재의 부족에 시달리고 급기야는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듯하다. 물론 매일 한 편씩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겠지만, 그의 만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과 설득력을 현저히 잃어버리며 하나마나한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만, 그것도 지겨울 정도로 되풀이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광수생각에서 중학생 수준의 감수성 이상의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 더구나 단행본 3권의 경우엔 자신의 경험이라고 풀어놓는 이야기라는게 대단히 작위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들이 많다. 독자를 감동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유치한 과장과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는 생각에 만화가 위선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광수생각의 몰락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역시 작가가 지니고 있는 내공의 문제라는 것이다. 작가가 착하게 살려는 건 알겠는데, 만화가답지 못하게 답답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결국 광수생각의 가치는 신문만화 시장을 대중적으로 개척해냈다는 점, 그 상징성에 머물수밖에 없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