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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무거운 철학 가볍게 하기 - 전2권
도널드 팔머 지음, 남경태.이용대 옮김 / 현실과과학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문사철(文史哲) 중에서 철학은 가장 접근하기 까다로운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서사 구조를 통해 ‘즐긴다’는 표현이 가능한 문학이나 사학과는 달리 철학은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학문임에 틀림없다. 비단 인문학뿐만 아니라 어떤 학문을 하더라도 철학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2000년도 더 지난 고대의 사람인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최근의 사이버 스페이스와 관련한 논쟁과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철학의 생명력과 효용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잘 말해주는 사례다. 철학을 일컬어 ‘학문의 왕’이라고 부르는 것은 괜한 수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철학의 역사가 길고 워낙 많은 사상가들을 배출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을 한 두권의 책으로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때문에 철학 입문서라고 불리우는 것들의 상당수는 너무 어려워서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거나, 너무 간략화시켜서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 수준의 암기 목록집에 머물곤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철학 입문서로써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저자는 분절된 철학사를 개관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대의 대표적 철학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고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책의 매 페이지마다 삽입되어 있는 그림이다. 그림은 대단히 유머러스하지만 - 예를 들어 갈릴레이가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내세웠다가 종교 재판에 회부된 사실을 깨닫고 ‘제기랄’하고 외치며 허둥지둥 원고를 맡긴 출판사로 뛰어가는 데카르트의 모습 - 결코 경박하지 않다. 그림은 본문의 내용과 정확히 부합하는 위치에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삽입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글과 그림은 서로를 보완하고 호응하며 독서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토익이나 토플 실력이 능력 있는 사람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는 당금의 현실 속에서도 철학의 가치는 도도히 빛을 발한다. 깊은 사유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건 단순한 인문학적 교양을 쌓기 위해서건 철학 공부는 여전히 지식인에게 필수적인 것이며, 이 책은 그 길잡이 역할을 훌륭히 충족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