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을 때면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여 그 속에 몰입하곤 한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는 그런 점에서 나에게 최악의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숨막힘, 훈련소에서 화생방 훈련을 할 때 느꼈던 그 몸서리쳐지는 숨막힘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홀로코스트(유태인 학살)는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점이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떼로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불과 몇십년 전에 벌어졌다. 그것도 독일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벌어졌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순식간에 멸종시켜야 할 버러지의 신세가 되어버린 유태인들의 경험담은 한편의 지옥여행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평범한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며, 그것이 나 자신과도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도 ‘학살’이라 불리우는 장면은 여러 차례 연출되었다. 제주도 4.3을 비롯해 80년 광주까지. 과연 우리는 ‘쥐’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가? 아니, 혹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양이’가 되어 있지는 않은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는 인류 역사의 한 장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광기의 시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동시에 현재의 우리에게 ‘그럼 너는?’하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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