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6 - 비상편 은하영웅전설 6
다나카 요시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때 밤을 세워가며 읽었던 책이다. 지금 다시 읽으라고 하면 솔직히 유치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겠지만 최근 횡행하는 터무니없는 내용의 무협지, 엉터리 환타지물 따위와는 결코 견줄 수 없는, 상당히 잘 쓴 작품이다.

이 책에서의 대결구도는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 둘인데도 항상 SF삼국지라 불리곤 한다.(출판사 측에서도 광고 차원에서 그렇게 선전하고 있다.) 아마 삼국지의 장대한 스케일에 비유하느라 그런가보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나카 요시키가 이 작품을 쓰며 전체적인 골격을 삼국지에서 빌려온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지구교도와 페잔의 존재다.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의 카리스마에 혹한 사람들은 지구교도와 페잔을 스토리상에 나오는 잔챙이로만 여기고 있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은영전을 진정한 SF삼국지로 만들어주는 제 3의 주인공인이다.

은영전의 각 국가를 삼국지의 나라에 대입해보자면

은하제국 - 위,
자유행성동맹 - 오,
페잔(지구교도) - 촉이 된다.

① 삼국지에서의 촉은 이미 무너져버린 한나라의 부흥을 외치는 보수집단이었다. 페잔의 실질적인 배후세력인 지구교도 역시 마찬가지다.

② 삼국지에서의 위나라는 사마염에 의해 찬탈되어 진나라가 성립하고 실제로 삼국을 통일한 것은 위를 계승한 진나라였다. 골뎀바움 왕조의 은하제국은 라인하르트에 의해 찬탈되어 로엔그람 왕조가 성립하며, 전 우주를 통일하는 것은 결국 로엔그람의 은하제국이다.

③ 은하제국의 쌍벽이라는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의 숙명적인 대결은 삼국지의 등애와 종회를 연상케 한다.

④ 얀 웬리 사후의 후계자가 되는 율리안은 제갈량의 유지를 잇는 강유를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머리가 굵어진 대학생이 읽기엔 세계관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중,고등학생이 읽기엔 이만한 읽을거리도 없다는 생각이다. 은영전의 캐릭터들이 내뿜는 매력은 책을 읽은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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