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불안함, 더 나아가 불쾌감을 느껴야했다. 해도 너무한다. 자신의 책을 사준 독자들을 이렇게까지 괴롭혀도 되는건가. 믿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가는 바로 앞에서 주인공이 행했던 행동들을 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우긴다. 주인공만 미쳤다고 하는게 아니라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는 독자들까지 정신병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도대체 독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죄가 있다면 신문서평에 혹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사읽은 죄밖에 없다. 그 대가가 이렇게 참혹한 것이라니!

어렸을 때 모파상의 단편들을 읽고 공포에 떨었던 경험이 있다. 모파상의 단편이 무서운 이유는 괴물이나 귀신이 튀어나오기 때문이 아니다. 당장 오늘저녁에라도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일이다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게 미친다는 거로구나 하는 기분을 철저하게 가르쳐준다. 식스 센스의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미친 사람은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 점이 이 책을 읽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더구나 한 명의 미쳤는지 안 미쳤는 지 헷갈리는 사람 하나가 최후로 행하게 되는 행동, 소설의 마지막 6페이지에 걸쳐 묘사되는 행동은 신문서평에 나와있는 '냉혹하다'는 따위의 표현으로는 충분치 못한 소름끼치는 장면이다.

이제 이 책을 책장 구석에 꽂아놓고 읽지 않을 생각이다. 내 신경은 이 책이 던져주는 충격을 다시 견뎌낼만큼 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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