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장이의 선물
제임스 버크 외 / 세종(세종서적)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문화인류사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사를 변화시켜왔던 천재, 엘리트들을 도끼장이라는 다소 코믹한(?) 이름으로 호칭하며 이들이 보따리에서 끄집어낸 선물들로 인해 인류의 역사가 변화해왔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서양인인만큼 동양사가 미흡하게 다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마 굳이 흠을 잡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동서양의 역사를 동시에 아우르는 것 자체가 워낙에 힘든 일인 탓이다. 그건 욕심이다.

이 책의 매력은 구체적인 근거 제시를 통해 확보되는 신뢰성과 명료한 논리성에 있다. 또한 역사전개에 있어서 '도끼장이와 그들의 선물'이라는 기준점이 책 전체를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어 우후죽순처럼 나도는 어설픈 교양사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특히 책 말미에 자리하고 있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분석 및 전망은 그 내용에 대한 찬성 여부를 떠나 저자가 분명한 자기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역사를 단순한 사실의 나열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연장선까지 바라보며 미래를 투시하고자 시도한 것이 인상적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도끼장이들이 차례로 던져주는 선물의 축적을 연대순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띄고 있어서 자칫 '진보의 역사'를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도끼장이의 선물을 득과 실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선물에 의해 진행된 인류의 역사 역시 진보와 퇴보가 함께 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저자의 이런 시각은 책의 말미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섬뜩하게 등장한다. 저자가 말미에 제시하고 있는 도끼장이들의 선물이 가져다 준 폐해들,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의 나열은 읽는이들을 우울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어쩌면 인류는 지구에 기생해 살고 있는 병균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저자는 웹, 그러니까 인터넷의 활용 여부로 인해 지금까지 도끼장이들의 선물이 가져왔던 폐해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조금 안이하게 느껴진다. 지난날 도끼장이들이 준 선물이 항상 그러했듯이, 인터넷이 앞으로 인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해악을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경과하면 저자가 기대해 마지않는 웹의 세상에서도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부작용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영화 NET을 생각해보자)게다가 저자가 희망을 걸고 있는 인터넷의 역할은 정치 사회체제의 변화에 국한된 것이어서, 어찌보면 현재 인류가 당면해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극복할 구체적인 비전은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날카로운 시각을 지니고 있는 상쾌한 느낌의 책임엔 틀림없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얻어지는 게 있는 그런 책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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