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과 고조선사
노태돈 엮음 / 사계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쇼비니즘에 입각한 무책임한 상고사 서적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온 전문학자들의 논문집이다. 이 책의 등장은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사학계가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용 또한 쟁점 중에 쟁점이라 할 수 있는 고조선의 중심지 비정, 환단고기류 사서의 위서 여부, 북한의 단군릉 등을 다루고 있어, 어찌보면 서점가를 횡행하고 있는 국수적 성격의 재야사서들에 대한 사학계의 직접적인 반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논문집이라는 책의 성격상 문체나 구성에서 딱딱한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자어들을 모두 괄호에 넣어 처리하는 등 비전공자 및 대중들을 배려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점이야말로 앞으로 사학계가 철저히 견지해 나아가야 할 분이 아닐까 싶다. 고대사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 한문해독 능력은 필수다. 하지만 한문은커녕 한자도 전혀 모르는 한글 세대가 젊은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고대사에 대해 알고 싶거든 한문을 공부해오라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인문학으로서는 자기 무덤을 파는 짓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형식 뿐 아니라 내용도 집필진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무게에 걸맞는 수준이다. 역사 연구에 있어서 사료의 이용과 분석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 본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읽다보면 고대사를 공부하는 '맛'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차분하고 반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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