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
박유하 지음 / 사회평론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광고를 보고서 드디어 나와야 할 책이 나왔구나, 싶었다.

그동안 눈만 뜨면 여기 저기서 '극일'이니 '민족'이니 하는 소리가 들리는 통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평소 민족주의(?)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 '친일파'내지는 '식민주의 사관의 소유자'니 하는 소리를 듣던 필자로서는 제목부터가 반갑기 짝이 없는 책이었다.

박유하씨의 글은 그동안 각계 각층에서 민족주의라는 명목하에 반일본 정서를 부추겼던 이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그의 글은 상대주의를 무기로 삼아, 일반 대중뿐 아니라 지식인들에게까지 의식, 무의식적으로 존재하던 근거없는 반일 감정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들쑤신다. 박유하씨 자신이 밝힌대로 가히 '정신분석'이라 할 만 하다.

그의 작업은 어찌보면 강준만 등이 펼치는 반파시즘 운동, 반조선일보 운동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성과 합리성보다는 이미지로 조작되고 있는 반일본정서는 우리나라 극우세력이 만들어 낸 반전라도정서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사실 박유하씨가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는 이미 민족주의가 차고 넘칠 정도로 강조되고 있는 국가다. 거의 일본에게 넘어가던 월드컵 개최권을 빼앗아오고자 온 국민이 그 법석을 떨었었고, 그 결과가 공동개최였지만 차라리 개최를 안하면 안했지 일본과 함께는 안된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을 위로하고자 했기 때문일까? 일본기자들이 '사실상 우리가 졌다.'라고 했다는 황당한 뉴스보도를 보면서 실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뜻있는(?) 사람들은 민족정기가 부족하다고 탄식한다. 그들은 우리의 민족정기가 어디까지 뻗어야 만족하겠다는 것일까?

박유하씨의 글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횡행하는 민족주의가 다분히 기형적이라는 것이었다. 민족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다른 한족인 북한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경우는 얼마 못 본 것 같다. 보통은 반일감정, 때로는 반미감정에 엉겨붙어 있다. 필자가 민족주의 자체에 별로 믿음을 갖고 있지 않기도 하지만 이정도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민족주의라기보다 반외세주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지 모르겠다.

편견으로 가득찬 일본상을 청산하고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갖가지 때로 찌들어진 민족주의를 닦아내는 길이 아닐까 생각하며, 김진명 등의 소설을 읽고 감동(?)받았다는 이들에게 꼭 한번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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