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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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은 그런 사람이었다. '용태가!!!"라고 불렀을 때 씨익 웃으며 뒤돌아볼것 같은 정겨움이 그의 책에는 묻어있다.

진메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어릴적 추억에 잠기게 한다. 김용택 시인은 나와 20여년 가까운 세월의 차이가 있음에도 그를 통해 나의 어린시절 시골동네의 모습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초등학교 2학년때 서울로 떠나가 전까지 우리마을의 풍경은 그대로 '진메마을'과 같았다.

동네에서 돼지 잡는 날의 풍경도 분명히 우리마을에 있었고, 진메마을의 '그분'처럼 한방에 돼지를 보내지 못하여 논뚝으로 떨어져 울부짓던 돼지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고, '인간 박한수'처럼 입이 걸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어른과 '문계선씨'처럼 뒷짐지고 참견하며 왁자지껄한 동네분위기를 만드는 이도 또한 분명히 있었다.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처럼 허를 찌르는 먹을 것 감추기에 나와 형, 동생은 그 숨겨진 달콤함을 찾기위해 숨바꼭질했던 기억들!

어느 땐가 형과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집안일에 열중하고 있는 틈을 타 우리들 손이 닿지 않는 선반위에 놓인 '활명수'한병을 발견하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때만 해도 활명수가 약이라기 보다는 달콤한 음료수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할머니가 우리를 발견하고 활명수 병에 담긴 '파리약'을 이놈들이 먹었다며 걱정하면서도 혼이 나고, 우리는 울면서 토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계속 헛구역질을 해내던 기억도 새롭다.

아이스께끼 장사를 졸졸 딸아 다니며 녹아 흐르는 물을 손으로 받아 먹던 달콤함, 겨울에 꽁꽁 언 좁은 둠벙안에 빽빽히 모여 얼음을 지치던 일, 여름철 소금쟁이 잡다 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 형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고만 있던 기억, 학교갔다 오가다 형이 물빠진 저수지에서 '잉어'를 잡아(줏어다가) 고무신에 담아 할머니께 가져다 드린 일 등 그 어릴적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간다.

김용택의 책에는 그 어떤 풍경화보다 더욱 생생한 시골모습과 동네사사람들이 등장한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순수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진 것에 불만없이 주어진 삶을 즐기고 있기에 그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글빨이 생겼으리라...

진메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말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며 나를 웃음짓게 한다. 




   
  사람은 밥을 많이 먹어야 똥을 많이 싼다.

좆도 씨벌, 일도 안하면서 니기미 잔소리는, 아 빨리 일이나 혀~

눈감아라, 눈감아라~

이거 튀밥 아니랑께, 이거 누에고치여~

자네는 인자 몇학년인가?/ 네. 인자 고등핵교 졸업합니다/ 그려 글먼 인자 중핵교에 가야겄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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