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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심슨 사건은 배심제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정재승 교수가 과학콘서트라는 글에서 OJ심슨사건이 남긴 교훈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먼저 피해자의 변호인단 측이 평소 심슨이 아내를 때리고 폭언을 일삼았으므로 심슨의 살인가능성을 제기하자 심슨의 변호인단은 이런 주장을 합니다.
실제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 중에서 자신을 때린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경우는 천명 중의 하나, 즉 0.1%도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내 니콜을 때렸다는 사실은 심슨이 아내의 살인범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템플대학 수학과 교수 John Allen Paulos 교수는 이러한 계산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고 합니다.
만약 매맞는 아내가 있다고 하자. 이 여자가 자신의 남편에 의해 죽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심슨의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맞다. 0.1%밖에 안될것이다. 그러나 심슨 사건의 경우에서는 이미 아내가 죽었다. 따라서 이경우에는 '매맞던 아내가 죽었을 때 그녀를 평소 때리던 남편이 범인을 확률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확률은 무려 80%가 넘는다. 따라서 심슨이 평소 아내를 때렸다는 사실은 심신이 아내 살인범일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이 점을 포함하여 DNA 테스트결과의 일치, 발자국의 크기의 일치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변호인단은 확률의 문제를 통해서 배심원들을 현혹한 끝에 결국 무죄를 받고 말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배심제가 실시되면서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이 배심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선고된 모든 사건에 대하여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주 중요한 문제를 착각하고 있다. 지금 그들은 '아무 죄없는 사람이 여러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질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여러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진 사람이 아무 죄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심슨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 재판부는('배심원을 포함한') 심슨 변호사측의 손을들어주는 오판을 저지르고 말았다. 확률에 관한 오해로 인해 재판부가 변호인의 말장난에 넘어가 살인자를 무죄 석방해 버린 것이다
모처럼 마련된 배심제이므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배심제에 참여하는 검사, 배심원, 판사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범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오류를 방지하기 위하여 더욱 치밀한 재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언론도 팩트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노력이 어우러질때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취지가 비로소 그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