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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나는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공부를 할 땐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하고, 온도는 약간 추워야 한다. 책을 읽을 땐 정적 속에 있는 것이 좋다. 그 정도의 구분만 하며 살았던 내가 '공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 해 보았다.
사실 나의 관심사에 들어가지 않는 분야였지만, 그렇기에 읽을 때 더 흥미로웠던 것일 수도 있다. 그 중 가장 신기하면서 재밌었던 부분은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을 설계한다> 부분이었다. 각 매장마다, 사용 용도에 따라 흘러 나오는 음악, 풍기는 향기 모두가 설계되었다는 것은 새삼 놀라웠다. 흔히 '스타벅스 매장 음악'이라던지 '편집샵 매장 음악' 혹은 '서점향 북퍼퓸'같은 것을 접해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체계적이고 진지하게 만들어졌다니.
"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대한 연구와 소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공간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학, 매장이 아닌 우리 집에 손님을 초대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
경영 마케팅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하지만,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순간만큼은 내가 초대받은 손님으로서 배려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서비스 아닐까. 상품이 좋고, 음식이 맛있고, 그런 1차원적인 것에서 벗어나 내가 들어와 있는 이 공간이 만족스럽다면 충분히 좋은 소비이고 가치 있는 시간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어떤 매장에 들어가더라도 공간으로서의 매장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온도는 어느 정도인지, 흘러나오는 음악은 무엇인지, 풍기는 향기는 어떤지, 전체적인 매장의 톤은 어떤지 등등. 그러한 행동은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늘 모든 감각을 방치하고 매장에 들어가 살 것을 고르는 것에서 벗어나서 이젠 나름 찬찬히 즐길 줄 알게 되었는데 이 발전이 나에겐 아주 흥미롭다. SNS에 감성적인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는 성향의 사람은 아니지만, 공간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켜는 날도 있다. 판매자로서의 매장이 소비자인 나에게 바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을까? 누가 의도했던, 원했던 상관하지 않고 그저 내가 즐길 줄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좋다. 책을 통해 나의 감각이 확장된 것 같아서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