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5-02-11  

새해 인사를
안녕. 금요일이에요. 이젠 설날은 전부 다 지나갔어요. 좋은 시절은 지나가고 봄날은 가듯이, 이렇게 또 한살 먹었어요. 나는 빨리 빨리 늙었으면 좋겠어. 나이가 든 내 모습은, 조금 의젓하고 의연했으면 해요. 나는 똑똑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될 거야. 자신이 있당게요. 편지를 쓰고 싶은 밤이에요. 집안에 기름냄새가 은은하게 돌아다니고, 언니와 엄마는 코를 골면서 잠들었어요. 이번에는 큰집에 하루 미리 다녀왔어요. 우리 언니가, 반항하는 주간인지라, 그래 설날에는 놀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그 대신 외갓집에 끌려갔지요; 이제야 혼자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미학 오디세이1 권이 얼마 안 남았어요. 이건 오늘 다 읽고 자야지, 그 다음에는 오르한 파묵을 읽을 거에요. 나는 설날 동안 무언가를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늘 그렇듯이 흡족하지 않아요. 왜 그런가 처참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왼성했다고 좀 좋아해도 좋을텐데, 그게 잘 되지 않아. 더 괴롭기만 해요. 나도 늙은 게야, 그렇죠. 내가 새해 복 많이 받으란 인사 했나요? 했어도 다시 또 하고 싶은 말, 안 했다면 몇 번이고 하고 싶은 말,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 좋은 소식도 좀 들려주고요. 그리고 올해는 우리도 얼굴 좀 자주 보게요. 알았죠. 나 보고 싶죠, 그죠. 나도요, 나도 그래요.
 
 
kimji 2005-02-1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금요일이야. 설날 연휴는 다 지나갔지만, 나는 어쩐지 아직도 몸속에 들어찬 바람이 가실 줄을 모르네. 이번주에 서울집에 다녀오면, 그러면 좀 나아질는지. 마음을 납작하게 눌러, 이렇게 들어찬 헛바람을 좀 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금요일이네. 2월 둘째주고. 아, 봄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구나.
설 연휴, 참 알차게 보냈구나. 나는, 당신이 알다시피 그렇게 지냈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네. 하기사, 보통의 일상 자체가 나에게는 연휴와 같은 나날들이니. 연휴동안 그렇게 보내도 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여하튼. 연휴 마저도 무언가에 쫓기듯이, 그렇게 숨차게 보낸 당신의 일상이 조금 안쓰러워서- 엄마와 언니에게 K언니가 살고 있는 C시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계획,을 계속 추진해봐-

<미학오디세이>를 다시 읽고 있는 중인거야? 이야- 대단해.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을 읽으려고? 아님, 다른책이라도? 음.. <내 이름은 빨강>이라면, 안 읽기를 잘했다. 어쩐지 명절 연휴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책 같은 기분이 들어. 하지만, 꼭 읽어봄직한 책이지. 천천히 읽어. 뭐든지 조급해하면, 쉬운 일도 오히려 어려워지고 엉키게 되더라. 그러니,

kimji 2005-02-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 돌려가면서 읽으라고. 책 뿐만 아니라, 뭐든지 말이지.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이래저래 선물들도 도착하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하고. 날이 좋으니, 빨래부터 널어야지. 아, 아줌마가 다 되었어-

당신은 다시 고단한 일상이구나. 건강하게 지내. 하기 싫은일,이라고 생각할수록 그건 더 회복되지 못하도록 싫은 일이 되어버리는 걸. 그리고, 언제든지, 때려칠 수 있다! 라고 생각해. 그럼, 출근길이 조금 가볍지는 않을까. 힘내라고.

새해 인사는 우리, 여러번 나누었다. 그래도, 나도, 다시 건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좋은 일들이 가득하라고. 내가 당신의 건강과 당신 가족의 안녕과 평화, 늘,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