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4-09-14  

한밤에
내가 당신이 떠날 그 먼 나라에 먼저 다녀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곳이 예쁘고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거하고, 나에게도 긴 여행 끝에 마음을 쉬이던 땅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니.

분명히 우린 그 나라를 좋아하게 될 거에요. 평생 잊지 못하게 되겠죠. 그리고 다시 만나면 그 나라의 이야기를 나눌 거야. 감히 꿈꾸건데 어쩌면 생애 한번쯤은 우리가 베낭을 메고 그 나라에 갈 수도 있... 정말로 그런 날이 있을지도 그건 모르는 거거든요.

화요일이니까 토요일이면 볼 수 있어요.
애틋하겠다. 우리가 함게 떠나는 두번째 여행인데 말야 :)
다시 우리가 여행을 가려면 오래 걸릴테니 말야 :)
하지만 애틋한 마음 들지 않도록 우리 바쁘게 보내요.

아아, 우린 그 하루를 평생 기억하게 될 거에요...
그 먼 나라에 내 마음도 가지고 가요. 내가 그러했듯이.



 
 
코코죠 2004-09-1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야 나 종아리 뒤에 아퍼. 땡겨 땡겨. 잉잉 칭얼칭얼

kimji 2004-09-14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
나는 지금 아주 역동적인 피아노곡을 듣고 있어. 이 곡을 선물한 분의 설명에 의하면 환갑이 훌쩍 넘은 할머니 피아니스트라는데, 정말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연주야. 사실 당신의 글에 대한 답변은 조금 말랑한 곡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그랬다간 정말 너무 감정에 매몰될 것 같으니, 어쩌면 오히려 잘 된 일 같아.
당신에게 그 곳이 그런 의미였구나. 맞어, 평생 잊지 못할 곳이 될 거야. 당신에게는 긴 여행의 종착지가 되어 쉼을 누릴 수 있었던 곳, 그리고 나에게는 지리하고 힘겨웠던 서른의 종착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이 되겠지. 그런 의미로라면 우리에게 그 곳은 같은 의미의 공간이 되겠구나. 초겨울에는 H도 그 곳에 간다니, 우리는 셋이 만나면 또 머리를 맞대고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겠다. 아, 상상만으로도 벌써 행복해, 난.
그래, 어쩌면 당신에게 자랑하고 싶어 올린 페이퍼였는지도 모르겠어. 내 생애 첫 여권, 당신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싶었어. 그리고 그 곳에 가게 되는 나의 가을이, 이 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간 겪었던 나의 일상을 모두 아는 당신이니까, 그리고 그 일상 곁에 늘 든든히 당신이 지켜주었으니까, 당

kimji 2004-09-1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지. 하지만 당신에게 가는 길, 그나마 가장 빨리 당신에게 가는 길이 어느새 이 알라딘 서재가 되어버렸던 걸. 그래서였어. 호들갑스럽게 '떠남'과 '먼 곳'을 운운했던 건 말이지. (그리고 아쉽게도 그렇게밖에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조금은 우울했지만 할 수 없는 일. 아직은 시간이 더 걸려야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당신은 벌써 내 행간의 의미를 알고 있을거라는 생각. 그러고보면 우리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이인데 내가 너무 말이 길다. 후후-

생각해보니, 안경잽이와 당신과 내가 떠나는 첫번째 여행이기도 하구나. 그래, 오즈마, 나는 당신과 함께 남도의 땅을 걸었었구나. 당신을 참 힘들게 한 여행길이었지만, 그래서 여전히 마음이 편치 못한 기억이 되겠지만, 그래, 당신의 말처럼 우리가 언제 배낭을 메고 또 훌쩍 떠날 일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기억하지? 우리의 약속. 우리가 그걸 해내는 날 떠나기로 했던 제주도 여행, 나는 그 여행을 잊지 않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러므로 함께 떠나기 위해서라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걸, 나는 잊지 않고 있어. 당신도, 그리고 우리의 안경잽이도 똑같겠지

kimji 2004-09-14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이 붓고, 종아리도 부은 오즈마.
그래도 당신 오늘 새옷 샀다는 페이퍼를 읽으면서 나는 비죽 웃었다. 아, 예쁜 오즈마. 결국 당신이 해낼 줄 알았어, 난! ^>^

사랑하는 오즈마,야. 당신이 내 가까이에 있어서 나는 늘 행복했고, 행복하고, 또한 행복할거야. 그건 두번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인데 나는 오늘 조금 감정적인 상태.
토요일이 더디 올 것 같아 불안하지만, 시간은 어제처럼, 그제처럼, 또한 지난 봄처럼, 지난해 어느 날처럼 그렇게 똑같이 흘러가겠지. 그래서 더 안달이 난 지금. 많이 그리워할께. 우리 토요일에는 손 꼭 잡고, 서로 많이 안아주자.

칭얼거리는 오즈마에게는 삶은 감자가 최고인데- ^>^
조금만 더 힘내자, 오즈마. ^>^

kimji 2004-09-14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처음에 한 할머니 피아니스트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가 호호할머니가 되어도 역동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게 살아가자고.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어도 지금의 우리처럼 자신이 가진 생각들과 타인에 관한 시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들, 때로는 건전한 험담도, 건설적인 노후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가 놓지 않을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게 살아가자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 우린 더욱 가까워져야 하고, 더 많이 만나야 한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거야. 그 만남이 늘 향기로울 수 있도록, 그 향기가 늘 변함이 없도록, 나 많이 노력할게. 지켜봐줘. )

코코죠 2004-09-1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굉장히 멋진 답글이야, 아, 나는 감동 먹었어.

그러나 내가 새로 산 옷은 겨울옷이야. 미안해...철푸덕. 보라색 쟈켓과 버라색 치마인데...너무 이뻐서..철푸덕 철푸덕...대신 이걸 입고 새로운 서재를 구경하러 들를 수도 있지 않겠어;;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