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4-05-03  

밤이 깊었네
밤이 깊었고
나는 눈이 아프고
뭔가를 조금 쓰다가
나가떨어졌고
커피를 많이 마셨고,
구두를 신어서 발뒤꿈치가 까졌고
결혼식엔 잘 다녀왔고
사람들도 잘 만나고 왔고
맛난 것도 많이 먹었고
이제껏 화장도 지우지 않고
뭔가를 신들린 듯 적다가
지우고 적다가
지웠다가
잠시 숨이 멈추었던
순간에 당신을 찾아왔어요,
안녕,
잘 자요
 
 
kimji 2004-05-0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베르의 '아침 식사'가 떠오르는 걸. 안녕, 오즈마. 오늘 하루는 어땠니?
당신이 남긴 방명록, 먼저 것도 답글을 못 달았는데, 어느새 그 글은 사라지고, 이 글이 올라와 있네. 이 글을 적었던 시간이 벌써 24시간을 넘어가려고 하고.

오늘은 H를 만났다. 그녀는 무척 수척해보였지. 많이 아팠는가봐.
오늘은 J와 통화를 했다. 그녀는 무척 고단하고 힘들었나봐.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쓴 커피를 마시고, 노곤한 발을 주무러주지도 못한 채 작업을 하는 J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요즘 J는 다소 심약해져 있었거든. 그녀에게 안부를 전해다오.

비 온다. 창문 열어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