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연필 2003-11-24  

소장함이 무척 좋아요
바르트의 책도 사셨더군요. 텍스트의 즐거움은 얇은 책 먼저 보시고 동문선 거를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연세대출판부에서 나온 거 리뷰를 쓰려고 했더니 이상하게도 동문선 판에도 같이 리뷰가 달리는 모양이더군요. 동문선에서 나온 건 표제작 말고도 글들이 많아서 통독을 안 한 관계로 아직도 리뷰 못 쓰고 있네요.

아, 장길산도 사셨더군요. 헌데 창비사 판보다 현암사 판이 좋아요. 제가 비교해가며 읽었는데, 창비사 거는 임의적인 삭제가 눈에 심심찮게 띄었거든요. 전 헌책방에서 현암사 초판을 3만원에 구입했드랬지요. 그리고 그건 지금 제-컴이 앉은뱅이인 관계로-마우스 밑에 깔려 있고요(키보드 아래는 김현전집이..). 신판이 나온 책들은 헌책방에서 구하기 쉽더군요. 장길산도 마찬가지이고.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도 이재룡 번역으로 새로 나온 후에는 송동준 번역의 구판이 널려 있더군요.

1권에 마감동이가 주막에서 질펀한 욕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창비사 판에서는 좀 편집된 듯.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분노한 부분은 4권 마지막인데, 묘옥과 경순이 재회해서 운우지정을 나누는 장면이지요.
"경순은 마치 운우지정을 나누는 게 아니라, 아기를 안고 전장을 치달리는 장수와도 같았다."
이 문장이 창비사 판에는 삭제된 걸로 기억합니다.
"경순은 묘옥의 머리를 받쳐 들고 마치 어미새가 깃으로 알을 품는 듯하였다." - 이런 비슷한 문구로 변형된 듯.
아기 안고 전장을 누비는 장수는 삼국지에 나오는 조자룡인데 제가 조자룡을 특히 좋아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 원하던 여인을 안을 때 아마 어미새가 안는 것보다는 전장의 아기 안은 장수처럼 간절하면서도 뻣뻣하고 필사적이었겠지요.
에고, 제 장황한 말에 기분 나쁘시겠다... 뭐, 그렇다고 읽는 재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요. (헉 수습이 안 된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도 구입하셨더군요. 예전에 대출해서 서문만 어찌어찌 읽고는 반납했던 기억이... 저로선 감당이 불감당이더군요. 요즘엔 하이데거의 제자이면서 연인이었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읽고 있습니다. 하이데거에 비한다면 쫙-쫙 읽히는군요. 언젠가 하이데거의 책도 다시 건드려보고 싶습니다. ^^

님 서재 사진은 언제보아도 부럽군요-!
 
 
kimji 2003-11-2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서재,의 첫번째 방문록을 님께서 써 주셨더랬는데, 그 때의 제목도 '소장함이 좋아요' 였어요. 그리고 이번 글 제목도. 조금은 창피한 기분이 들어요. 왜냐면 책읽기가 책 사기를 못 따라가거든요. 몇 달 동안 전집을 좀 구입했는데, 그건 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읽기 위해서 구입하게 되었거든요. 아버지는 주로 굵직한 대하소설을 계속 읽으시고 싶어하시고 그 덕에 알라딘 마일리지는 계속 올랐네요 ^ ^; 물론 그 책들의 소유권은 제게 있지만, 아직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죠. 아, [장길산]은 제가 아버지를 꼬셔서^^ 구입하기는 했지만요.

한길사판과 창비판이라... 님이 얘기해주신 번역과 판본에 따르는 구분,을 보고서 저는 하마 입을 못 다뭅니다. 저는 그저 '읽기'만 하여도 좋아라, 거든요^^; 여하튼, 님의 말에 힘입어 조만간에 헌책방을 뒤져야 겠네요. 창비판을 읽지도 못했으면서 한길사판이 탐이 나니, 이거 병입니다^^
생각이 난 김에 쿤데라 책도 꺼내봤습니다. 1996년 1월에 구입을 한 책이더라구요. 번역은 송동준. 괜히 흐뭇해지니, 왜 글까요. ^ ^

kimji 2003-11-2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트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문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먼저 읽었네요. 무엇부터 읽어야 할 지 몰라서 얇은 책을 골랐다는;; 말씀해 주신 대로 연세대출판부의 얇은 책을 들었습니다. 그 뒤에 동문선의 책을 읽을려고요. 속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이데거의 책은, 아직 손도 못 대었어요. 바르트,의 책을 읽고 나서야 덤빌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겁을 주셨으니, 두려움에 벌써 벌벌;;)
알라딘이 아니었으면 이런 책들을 읽을 생각도 못했을 것 같아요. 리뷰어들의 글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물론 라스꼴리니꽃님의 글도 제게는 그런 훌륭한 리뷰어분들 중에 한 명이기도 하고요.
여하튼, 읽는 것,에 일차 목표입니다. 리뷰는 꿈도 못 꿔요. 감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이런 딱딱한!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하하하하 혼자 그렇게 위안을 삼을 듯 하네요. ^ ^
아무튼, 길고 성의깃든, 그리고 제게 좋은 정보를 주신 방명록 글, 너무 감사해요! 맘이라면 당장 조각 케잌이라도 선물해드리고 싶은 마음! ^ ^
월요일이에요. 좋은 분의 좋은 글을 받고 희파람 불면서 하루를 시작(이 시간에!

쎈연필 2003-11-2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같은 제목을 썼다는 걸 몰랐네요. 확인하고서 무척 웃고 있습니다^-^;
바르트 읽는 일은 참 즐거워요. 알쏭달쏭한 재미도 있고...^^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와 '작은 사건들'이 진짜배기 재밌는 책이지요.
자주 오는데 뜸하게 흔적을 남겨서 괜시리 미안스럽네요. 되도록 이야기 구실을 만들어서 자주 인사나눕도록 하지요^^. 케잌 먹은 듯한 포만감으로 물러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kimji 2003-11-25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저는 님의 소장함에 한 발자국도 발을 들여놓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죠. 물론, 님의 소장함을 걸어다니면서 깨달은 것이지만요. 그 소장함에서 안그래도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를 보고서, 보관함으로 클릭^^ 그랬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또 '작은 사건들'이라는 책까지 알게 되었네요. 감사감사.
비가 오네요. 가을비,인가 겨울비,인가 혼자 고민했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