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디세이 1 지혜가 드는 창 44
진중권 지음 / 새길아카데미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어제 마지막 일요일 당직이었다. 이제 가을이다. 짜투리 시간을 모아 힘겹게 다 읽었다.거의 6개월 정도 걸린 듯 하다. --미학 오디세이 1, 2.-- 많은 그림을 통해 많은 철학적 사유를 할 수있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며 이를 통한 새로운 여행들....... 이 여행에는 무엇은 무엇이다 라고 명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색의 단초만 제시해주고 많은 사유와 선택을 가능케 하는 진중권의 독특한 열린 문체의 역할이 많은 재미를 주었다. 문체를 통해 의도적으로 수용미학적 입장을 녹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문체를 통한 딱딱한 '철학 읽음'의 예술화의 시도라고 할까나.

여하튼 이번 긴 독서를 통해서 일차적으로는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들의 조망을 통해 나의 시각을 한번 구축해 볼수 있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 욕망의 단초를 만들어 주었고, 또 한편으로는 무엇보다 미에 있어서도 그동안 그렇다고 믿어온 내 사유의 한 측면을 더 공공히 하게 되었다. 이른바, 절대적 지리에 대한 회의, 조건과 상황에 따른 합목적적인 정의, 그리고 삶의 자세에 있어서도... 그리고 주요한 철학자들의 사상들을 미술작품 특히 그림을 통해 조망해볼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되었다.

어떻게 미술 작품을 감상해야 되냐? 뭐가 아름다운 것이냐? 등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생각해볼수있게 되고, 예술에 문외한으로서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줄수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마지막 몇장을 변기위에서 힘 쓰며 읽는 와중에서도 그리고 책 덮고 컴퓨터 앞에 앉은 이 순각 까지도 강렬한 여운으로 남는 것은 에셔의 '그리는 손' 이란 작품이다.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정신 분열증 같은 혼란감에서 빠져 허우적 거리는 기분이다.

본의 아니게 장기 대출하게된 이 책을 빨리 반납하고 서점가서 구입해야 겠다. 읽지 않은 책은 다 똑같지만 손떼 묻은 책은 그 손떼의 주인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창조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글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려고 애쓰던 것에서 벗어나 에셔와 마그리뜨의 작품을 통해 글을 이해해볼 참이다. 이 작업 또한 '그리는 손'의 더딘 모사품이 되겠지만....

ps.곰브로치의 <서양 미술사> 칸딘스키의 <점 선 면> 등의 예술서도 같이 곁들여 읽어볼 만 할것이다.

2003/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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