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은 모두 뇌의 생화학적 과정에 의한 것

망각의 기술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푸른숲의 인문•심리 브랜드 심심에서 출간한 신간도서 <망각의 기술>을 서평단 이벤트로 제공받아 필사하며 완독했어요.

'망각의 기술'이라는 제목과 '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는 소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발동했었는데요.
저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있던 까닭인지, 망각을 돕는 획기적인 비법을 직접적으로 제공받거나 뭔가 결정적인 비밀을 알게된 것이 아니라,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만. ㅎㅎ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뇌의 활동과 과정을 이해하는 데 몇 가지 결정적 기여를 한 저자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학습과 기억을 연구한 신경생물학분야 선구자로 과학자인 그가 이 책을 집필한 주된 목표를,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이해하고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제 나름의 어떤 팁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는 점은 꼭 밝혀두고 싶어요.

기대 수명이 100세로 전망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고령의 나이에도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정신을 유지하며 지적 활동을 추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독서가 기억력을 단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질병이나 사고가 생기지 않는 이상 나이 든 사람의 뇌라도 매일 점점 더 많은 기억을 저장할 수 있고 충분히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읽고 앞으로도 꾸준히 독서를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같은 주변 장치를 적절히 잘 활용하는 것이, 우리 뇌의 저장 부담을 덜고 여유 공간을 확보하면서 정보를 더 안전하게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에 뭔가 안심이 되었고요. ㅎㅎ 그렇게 확보된 영역은 우리가 언제든지 생존, 생각, 사랑,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는 일 같은 가장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기 위해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멋진 설명에 크게 공감해요.

무엇보다 읽기는 모든 뇌 영역과 기억 형태를 사용하고 실행하는 유일한 활동으로써 기억을 훈련해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온갖 종류의 기억과 기억의 연관을 훈련시키는 데에도 역시 읽기만큼 완전하고 유용한 지적 훈련이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됩니다.

기억력 상실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읽기, 학습, 신체 운동, 균형잡힌 식습관, 우리 주변의 삶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언급됐고요.

이 책에서 소개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서전 <살아남기>를 꼭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산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고, 우리가 그것을 기억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라는 책의 첫 구절부터 확 당기더라고요.

그리고 저자는 결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망각하기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기억의 형성과 마찬가지로 그를 상실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의지와 뇌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뒤따른다고요. 즉 기억과 망각 모두 사실은 뇌의 생화학적 과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망각의 기술>을 읽고 나서 무엇이 가장 뇌리에 가장 강하게 남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단연코 '읽기의 중요성'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 망각의 기술은 배우지 못했으나, 읽기가 얼마나 완전하고 유용한 지적 훈련이며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