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로마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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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주변인물에 머물렀던 비운의 주인공 마르코 단돌로가 드디어 전면에 등장한다. 그러나 전편들관 달리 추리소설의 구성은 보이지 않는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전편에서 이루어졌던 올림피아와의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다. 덧붙여 올림피아가 창녀라는 신분에 맞지 않게 중요한 직책을 맡는 다던가 보호받는 이유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갈등의 등장과 함께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호기심을 끈다.

  이번 편에서 마르코는 로마에 가게 된다. 2000여년을 세계의 중심에서 군림한 로마라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국제도시이기도 하다. 통상국가로써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은 베네치아도 국적과 관계없이 외국인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곳이기는 하나, 그것은 대부분 경제나 문화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로마의 경우 경제, 문화 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나 심지어 정치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이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로마에 온 외국인들은 하룻밤만 로마에서 보내도 자신이 로마토박이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다만 카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이 있는 이상 이슬람을 비롯한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은 없지만 말이다. 하여튼 세계화 시대에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시민적 도시란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신과 기질이나 역사가 다르다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을 집단의 소중한 구성요소의 하나로써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마르코는 로마에 와서 역사를 느끼고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조각가, 그리고 화가인 르네상스맨의 전형 미켈란젤로를 만나게 된다. 고대 로마를 현대(르네상스)에 부활시키려는 미켈란젤로와의 만남은 그의 가치관을 바꿔 버리고 그를 로마에 남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올림피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약 그 정신을 공유하는데 성공한다면, 정치세계에서 살든 장사꾼으로 여생을 마치든 그 정신에 따라 살아간다는 의미에서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p90

현대에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가 그 정신을 공유한다면 현대에 사는 우리도 역사의 연장선안에서 그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고. 이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까? 역사 속에서 우리는 따로 떨어진 개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정신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야기로 돌아와, 마르코는 올림피아와 로마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 들 앞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그리고 결말. 이번 편의 결말은 시리즈 중 가장 애절하다고만 말해 두겠다.

본서에서 마르코를 통해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는 어차피 상상의 세계이다. 육안으로 보는 동시에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역사의 세계다.” -p109

 라고 명시한다. 이것이 시오노 나나미가 역사 저술에 문학적 요소를 첨가하는 이유라 생각된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역사속의 유명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당시의 사회, 문화, 정치 등을 눈에 그리듯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역사란 유물, 유적속에서만 볼 수 있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너무도 인간적인 우리의 정신의 한 부분이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마르코를 통해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작가의 말대로 이 삼부작의 속편이 하루빨리 나온다면 좋겠다.


한 줄 평 : 대체 ‘리비아’는 어떻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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