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여는 부모들의 이야기 - 홈 스쿨링, 오래된 미래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몇 살이지?'
'일곱 살이예요.'
'그럼 내년에 학교 가겠네?'

동네 슈퍼마켙 앞에서 들어봄직한 대화입니다. 캔디라도 입에 물고 있을 꼬마가 일곱 살이라고 대답하면 아주머니는 내년에 학교가겠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둘의 대화 속에는 눈꼽 만큼도 이상한 곳이 없습니다. 일곱 살이면 당연히 내년에는 학교에 가야합니다. 하지만 요컨대,

'몇 살이지?'
'일곱 살이예요.'
'그럼 내년에 학교에 갈 꺼니?'
'아니요. 저는 학교가 싫어요. 그냥 집에서 놀려구요.'
'그래?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이런 대화가 오고가면 어떨까요? 이런 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셨나요? 유치원이야 생각하기에 따라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학교라는 곳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무조건 가야하는 곳입니다. 아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문명화되었다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렇지요. 결격 사유가 되면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는 예외라도 있지만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합니다. 여덟 살이 되면 초등학교를, 열네 살이면 중학교를, 열일곱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려면 대학도 꼭 가야한다고 생각입니다. 그것은 한낮이 저물면 밤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반드시 겨울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일정한 나이가 되어도 학교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책 제목 그대로 모두가 가는 길을 접고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들'이 쓴 책입니다. 배운다는 행위는 굳이 학교가 아니라도 가능하다고 믿는 부모들이죠. 홈스쿨. 말 그대로 집이 학교가 된다는 뜻입니다. 남들 다 가는 학교지만 우리 아이는 집에서 가르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가십거리를 쫓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홈스쿨 가정을 이미 여러 번 소개했음에도 우리나라의 홈스쿨 가정이 100집 밖에 안되는 걸 보면 여전히 홈스쿨은 일반 사람에게는 별난 사람들의 낯선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건지. 애들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보내지 않았다가 나중에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하는 건지. 그 어려운 수학이나 물리, 화학을 어떻게 가르칠 계획인지. 홈스쿨에 대한 내 얄팍한 의구심은 겨우 그 정도가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홈스쿨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될 법도 합니다. 결국 '학교'란 국가의 이념에 좀더 가깝운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관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요? 어렵게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무얼 배웠나를 돌이켜 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지금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체육 교과서에는 다양한 수영방법이 수록되었습니다. 자유형을 할 때는 발차기 몇 번에 숨을 어떻게 내쉬고 시선은 어디로 두며....... 등등. 평형,배영,접영에 관한 영법도 자세히 씌여져 있었겠지요.

거기까지는 좋습니다만 웃기는 일은 수영장에서 수영 한 번 배워본 일 없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만 달달 외웠다는 것입니다. 시험은 수영을 할 줄 아는가, 아닌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영법을 머리로 익히고 있나 아닌가로 치뤄졌죠. 몸이 아닌 머리로 말이죠. 물에 빠져 죽는 순간에도 팔 한 번 제대로 젓지 못하고 영법순서만 머리로 달달달 외우고 있겠죠. 수영장이 없으면 동네 개천으로 갈 법도 한데 그런 선생님은 한 분도 안 계셨습니다. 아마 수영을 할 줄 하는 선생님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누구나 다 다니기 때문에 나도 다녔고, 그래서 우리 아들, 딸도 다녀야한다, 라고 하기엔 학교라는 곳은 너무 불합리한 점이 많습니다. '학교'가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도록 하는 책, '새로운 길을 여는 부모들의 이야기' . 여러분도 일독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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