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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 언어가 춤을 춘다 세상을 다 말하라!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3
윤세진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 강렬한 것이 내면에서 가득히 차오름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의 추를 매달아 끝없는 끝으로 침잠시켜 버리거나, 게으름의 날개를 달아 잡히지 않는 시야 밖 높은 곳으로 너무나 쉽게 날려 보낸 적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을 쓰겠다는 욕망은 여전하다.
그러한 욕망을 현실화시키는데 이 책은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야기의 대상이 비록 청소년들에게 인 것 처럼 되어 있지만, 내 수준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도 거부감이 없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문학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미술작품들을 가지고서도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리즈의 책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가득한 풍부한 예들과 거침없는 리드에 쉽사리 이끌려 간다. 부담과 두려움 보다는 가득한 열정을 품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더없이 좋은 책이다.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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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단지 언어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발화되는 상황에서 언제나 우리의 행위를 문제 삼는다. ... 언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행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기도하다. ... 말들의 용법을 무한히 확대시키면서 새로운 언어게임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새로운 것을 행하는 것이고, 새로운 신체를 갖게 되는 것이며,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삶으로 진입하는 것이다.(p.36-37)
내 말은 내 것이 아니다. 그 안엔 이미 우리가 만난 여러 사람들이, 우리가 경험한 세계가 담겨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여러 개의 목소리를 배우고 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神)이란 가장 큰 소리로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의 목소리를 지닌 존재가 아닐까.(p.54)
실제 언어생활에서 의미와 정의가 일치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정의'는 단어에 경계를 부여하는 것이지만, 의미는 경계 밖에서 매번 다른 방식으로 불쑥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미는 '보편적'이거나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의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해야만 한다.(p.64)
하나의 얼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다. ... 때론 얼굴이 말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 언어활동은 이런식으로 항상 하나의 얼굴을 수반한다. 언어게임에서 얼굴은 의미를 파생시키고, 언어를 굴절시키는 필수 요소다.(p.85)
글쓰기의 목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고전 속의 이런 글도 인용되어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공리니 정의니 하는 미명으로, 성인군자란 간판으로, 점잖고 성실한 체하는 가면으로, 유언비어와 여론이란 무기로,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식의 글로 사리사욕을 채우면서 칼도 없고 붓도 없는 약자들을 숨도 못 쉬게 하는지를. 나에게 이 붓이 없었다면 수모를 받고도 어디가서 하소연할 길조차 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깨어났다. 그러기에 늘 이 붓을 들어 기린의 피부 속에 감춰진 마각(馬脚)을 드러내고 있다." (루쉰, 『화개집 속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