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날개 > [연극] 그 놈이 그 놈 - 학전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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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몇년 동안 연극 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유난히 올 여름들어 연극을 자주보게 된다.
전쟁,사랑,예술을 이야기하던 <환상동화>, 영화 왕의 남자 원작극 <이(爾)>에 이어 풍자음악극 <그 놈이 그 놈> 까지 한달 동안 세 작품. 아마도 <차이와 반복>을 공부한 후로 예술을 접하는 어떤 다른 느낌들을 필요로 해서 그렇게 된건가 싶다. 어쨎든 내가 보고 싶어 하여 본 연극들 이니까...

알라딘 문화초대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는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9일 <그 놈이 그 놈> 관람 이벤트에 응모한 것이 된 모양이다. 첫 당첨이라 기뻐서 꼭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고 있는 사이 비가 개었고, 비록 혼자지만 룰루랄라 대학로로 향했다.
풍자 음악극이라 하여 음악적 요소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알았지만 그런 건 없었고, 극에 사용되는 연주음악과 노래반주, 그리고 효과음을 라이브로 한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라이브 음악이 있으니 현장감이 살아있어서 좋기는 했다.

배우 6명이 19인의 역할들을 '퀵 체인지'라 이름지어진 테크닉으로 재빠른 역할 전환을 하면서 놀라움과 재미를 주기도 하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요소요소에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크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것은 이렇게 재빠르게 역할을 바꿔가면서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살아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연습에 따른 빼어난 연기력이 돋보인 다는 점이다.
연기력에 노래 실력까지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약간 무리였을까? 배우들이 노래를 통해 감동까지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첫 회 공연을 봐서 그럴지도 모르니 이 부분은 얼마나 더 좋아질 지 좀 더 지켜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세태 풍자가 있다니 뭔가 신랄한 비판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코믹한 버전으로 웃으면서 조롱할 수 있게...
그런데 우리가 웃음꺼리로 삼으려한 인물들이 연인관계의 연쇄살인범, 국회의원, 유명여자연예인, 춤교습제비, 돈밝히는 복부인 등등 이라니... 너무 일반적이지 않나... 그래서 애초에 기대했던 세태 비판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했다. 하지만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비판받아 마땅한 그 캐릭터들을 심판하여 벌을 내리는데, 그 벌은 바로 여러가지 가면을 쓰고 살지 말고 하나의 가면만 쓰고, 한가지 모습으로 살라는 판결이다.
이 것이 이 연극이 던져주는 강렬한 메세지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자기동일성에 따른 동일한 자아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자기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되도록 유지하면서 살려고 하는 의지는 있지만 삶 속에서 그리 쉽게 유지되지는 않는다. 그런 비인칭적자아를 가진 우리들에게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자기동일성의 모습을 가지고 살라니 감옥없는 감옥에 갇혀 사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어찌보면 가혹하고도 가혹한 형벌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그런 감옥에 알아서 들어가서 감옥살이처럼 준수하게 살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연극 <그 놈이 그 놈>은 이런 생각들을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 처럼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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