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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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을 크게 내딛으며 걸어 내려오는 저녁 해의 치맛자락에 숨어있다가
어느 새 까만 밤으로 온세상을 물들이는 초가을의 그 시간.
 나는 푸르른 새벽 내음이 창문 틈으로 시야를 적셔오는 줄도 모르고
이 한 권의 책에서 목수정 그녀의 이야기가 마지막 페이지로 "The End"를 고할 때까지 함께 했다.

가장 쓰라린 실패로 부터 시작된 비우기... 그리고 자유를 향한 실천!

여러모로 부러운 이야기 였으며, 일종의 동경과도 같은 감정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실천 속에 숨겨진 삶의 자잘한 것부터 큰 것까지의 모든 고통과 환희와 희열의 몸부림들을 함께 발견했을 때 단지 부러움과 동경의 마음만으로는 매우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없이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주어진 제도권 안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내 모습이 보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지도 않은 채 그냥 살아간다.
만약 질문을 가졌어도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세상 일과 적당히 타협해 가며 미뤄둔 채 하루하루, 일년이년의 삶을 산다.

많이 고민하고 생각을 했겠지만,
이런 물음들에 대해 실천적 의지가 부족하거나 아직 물음 조차 없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문화를 공공재로써 더 많은 국민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공유해야 한다는 태도,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국가가 크게 일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제도들..
인간을 하나의 소비재로 취급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살펴보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하나하나 공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밑줄긋기]

떠나는 당신에게
내가 투자할 시간, 투자할 돈 그렇게 해서 딴 학위가 나에게 확실한 미래를 보장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더 분명하고 안전한 선택을 매순간 계산해야 한다면, 한 순간도 인생은 나 자신의것이 될 수 없다. 불만은 터뜨리고 욕망은 충족시키면서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다. 그러나 내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진정한 나의 욕망인지 아니면 모두가 욕망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해진 일반적 욕망의 리스트일 뿐인지를 가늠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p.100)

즐거움에 근거한 노동을 하라
나의 진정한 욕망을 파악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옷, 반찬, 영화, 작가, 길, 동네, 나무에 이르기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일이 묻고 그 목록을 다 모아보면, 자기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나의 색깔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한 우물' 이데올로기의 강박으로부터 탈출이다. "한우물을 파야한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금과옥조이다. 살면서 이 주장에 대해 감히 시비거는 사람 몇 못봤다. 그러나 한우물 파기 싫으면 어떡해야 하는지, 그 우물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어떡할 건지에 대해서는 답해주지 않는다. 다행이도 자기가 처음 파기 시작한 우물에서 계속 재미있는 게 나오면 좋겠지만, 안 그런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은가. (p. 162-163)

사랑을 의제화하라
감정적인 자아가 좌충우돌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만의 주관적인 잣대로 만든 기준표다. 내가 연애상대에게 기대하는 사항들을 적어보았다.
예술적인 감수성은 있는 사람인가? 삶에 대한 열정은 충만한가? 지적인 욕망과 그가 쌓아온 지식의 창고는 어느 정도인가? 어린시절 부모와 충분히 애정을 교감했는가? 정치적 지행은 어떤가? 사고와 행동은 얼마나 일치하는가? 머릿속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미적 감각이나 옷 입는 취향은 만족스러운가? 볼 때 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외모인가? '멋있다'는 형용사에 가까운 사람인가?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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