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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배수아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하지만 그 전에 친구에게, 혹은 배수아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귀동냥한 바로는 '대중적이라기보다는 특이한 느낌이 있는 작가다.', '앏은 책이라도 생각보다 술술 안 넘어간다.', '배수아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몽환적이라고 해야하나? 멍하다.' 는 것이다.
역시 나도 보통 사람인 지라, 보통 사람들과 같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특이하다, 읽기 힘들다, 오묘하다, 이건 뭐지?, 도대체 작가는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게 뭐야?' 라는 느낌, 게다가 띠지하나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더욱 더 책의 느낌을 신비롭게 만들었다. 다른 책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랄까?
이 책의 파트는 네 가지로 나뉘어져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야미와 극장장',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부하',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야미와 볼피'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야미와 극장장', 그리고 4가지 이야기에서 희한하게 계속 반복되는 구절들이 꽤나 많다. 첫 번째 이야기의 '아야미'를 만나러 온 남자가 두 번째 이야기의 '부하' 같기도 하고, 첫 번째 이야기의 '극장장'이 만난 시인이 세 번째이야기 그대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비슷한 교차점을 찾는다고 해도, 네 가지 이야기를 통합할 어떤 실마리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같은 구절이 네 가지 이야기에서 계속 반복이 되어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면 될 것 같기도 해서, 열심히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다 보면 결국 빙빙 제자리 걸음을 돌게 된다. 작가와 끊임없이 숨박꼭질을 하는 느낌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이미 오래전부터 죽었으며, 무엇보다도 견딜수 없이 더웠다.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인해 부재자가 되버린 누군가의 잠자리였다.
그럼요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발견할 거예요. 항상 그렇듯이.
가족이 없기 때문에 한동안 그녀의 부재는 알려지지 않아요. 그러다 우연히 시체가 발견되는 거지요.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히 서서히 영혼을 잠식해 들어가는 상처가 있다.
단 한사람도 설득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고, 또한 누구도 우리의 무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혼자서 고개를 돌리고 아주 멀리 가버려야 한다는 의미잖아요. 그건 너무나 고독해요.
'알려지지 않은', 네 가지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끊임없는 반복과 변주.. 고독에 휩싸인 사람들..
반복과 변주로 이루어진 길을 잃은 목소리들이 떠다니는 꿈의 세계, 경계 위에 지어진 세계,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 수록, 예측할 수 없는, 한 번도 닿아 본 적 없는 몽환적이고, 오묘한 세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