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녀프레임]의 프롤로그는 이렇다. 마녀 사냥에 대한 역사나 마녀가 보이는 특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마녀를 만들어내는 원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이 책을 시작했다. 마녀사냥이라는 역사적 사건 자체에 대한 규명보다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원인을 해명하기 위해 집필했다. 나는 마녀를 만들어내는 원리 다시 말해서 마녀 프레임에 대한 분석을 하고자 했다.

 

#. 마녀사냥은 왜 시작된 것일까?

 

유럽의 마녀사냥은 가톨릭 교회의 권위에 심대한 도전 있던 시기에 발생했다. 체제에 위기 국면이 오면 언제나 이념으로 똘똘 뭉친 결사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반대로 말하면 근본주의 창궐은 특정체제에 위기가 닥쳤음을 반영하는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p.21)

 

중세인들에게 세계는 신의 섭리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시계톱니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중세 위계 구조가 무너졌다. 중세의 기독교적 가치관이 무너지자 가톨릭 도미니크회는 마녀를 악마화했다.마녀 이야기들은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와 정확히 반대를 이룬다.

 

 

#. 인쇄술의 발달과 임상 의학의 탄생.

 

이러한 믿음을 확산하고 더욱 강화한 것은 인쇄술의 발달이었다. 책이 보급되며 마녀에 대한 지식은 확산되었고, 이렇게 마녀에 대한 지식을 보유함으로써 사람들은 더욱 확신을 갖고 마녀사냥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이 시대에 요술을 부렸다고 고발된 피고의 80%가 여성이었다. 그런 여성들은 조산부나 기도사로서 일반 대중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이 마녀로 많이 고발된 것은 조산부나 기도사들이 교구 사제의 라이벌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p.80)

 

또한 정치적으로 자기조직화를 통해 권력을 강화한 의사집단이 자체적인 교육과 면허체계를 만들어 세력화를 시도했고, 인쇄술의 발달로 의학 지식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의료 시술 행위가 범람하기 시작하자 이를 규제하고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외과의 집단이 결집되는 과정에서 '마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렇듯, '마녀'와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것들이 '마녀'를 만들어 내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 마녀 프레임의 유령

 

마녀사낭은 도덕의 붕괴라는 원인보다 세계와 주체 간 관계에서 발생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행위였다. 마녀는 영향력 있는 여성에 대한 집단적 테러였다. 여성이 가진 권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공동체 위기를 여성에게 떠 넘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여성의 권력은 기독교적인 패러다임에 수렴되지 않는 이교적인 것이었다. (p.112)   

 

합리성은 종종 비합리성을 옹호하기 위해 동원된다. 마녀사냥에서 작동한 논리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는데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실들만을 취사선택해서 합리적으로 재구성한다. 마녀사냥에는 사상적으로 서로 다른 노선을 걷는 특정 집단을 말살해버리려는 의식이 내재해 있다.

 

근대의 출현은 마녀를 다른방식으로 규정했을 뿐이다. 마녀는 언제든 공동체 위기에 처하면 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누구라도 공동체가 필요로할 때 마녀가 될수 있는 조건이아말로 근대 사회가 갖는 특징일지도 모른다. 이런 마녀라는 기표는 어떤 내용으로도 채워 질 수 있는 텅 빈 형식으로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다. (p.160)

 

타블로를 둘러싼 학력위조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 마녀사냥'에서 처럼 우리가 언제든 불특정 다수에게 공격받는 마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인종 청소냐 빨갱이 사냥으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유령처럼 현신하는 마녀프레임의 토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에 인식에는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동체가 마녀를 필요로 할 때 어떠한 마녀를 만들 것인가? 과연 다음 타켓은 누가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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