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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평점 :
나는 종교의 내세주의를 혐오한다. 어떻게든 노력해도 되지 않는 빌어먹을 이 세상 속에서 한 가닥 빛을 발견하게 해주는 내세주의의 순기능이라는 것을 나는 좀처럼 믿고 싶지 않다. 아니, 믿기도 힘들다.
내세 앞에서 지금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부재' 그 자체다. 고로, 지금 우리가 처한 비자발적 가난과, 너무나 심하게 다가오는 양극화 현상에 따른 삶의 황폐화는 전적으로 '제로' 그 자체다.
노벨 평화상까지 받고 묻 세계인들의 흠숭의 대상이 돼버린 마더 테레사. 그녀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위에서 내가 말한 그대로의 혐오스런 내세주의다. 인류에겐 내세가 있기에, 지금의 현실적 삶에서 아둥바둥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사유와 행동은 항상 현실 정치 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히친스가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을 볼 때(그가 제시하는 사진자료, 편지, 문서, 신문기사 등 이 모든 것들은 100% 팩트다), 마더 테레사가 믿고 표방하는 내세주의, 거룩한 사상은 그 즉시 '위선'으로 몰락하고 만다.
히친스는 독재자, 사기꾼, 민중을 차별하는 법안을 만들어버리는 교활한 정치가들을 옹호하며, 그들에게서 지원금을 빼내었던 마더 테레사를 거룩한 수녀가 아니라, 음흉한 사업가로 묘사함으로써, 마더 테레사라는 우상을 파괴하고 있다.
가난이야말로 최고로 거룩해질 수 있는 조건이므로(세상에서 기댈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기댈 곳이 내세밖에 없으며, 마더 테레사의 하나님은 바로 그러한 내세를 위해 사람들을 가난으로 내모모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녀는 거룩해지기 위한 최상의 조건(열악한 복지시설 같은 더없이 가난한 풍경)을 유지해왔다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 언론과 권력이 우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엄청난 기부금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약과 주사를 처방하지 못하게 한 이 거룩한 수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그 많은 지원금을 받고도 결국 그녀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고작 30-4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더없이 충격적이다).
자비를 베푸는 듯한 겸손한 행동으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비를 팔아 자본을 끌어모은 결과를 초래한 한 여인을 보게 될 때, 우리의 판단은 항상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우상은 깨져야 한다. 물론, 이 책 한 권만으로 훨씬 많은 사람들의 공통감각을 공격하기란 쉽지 않다. 끊임없이 검증되어야 할 일이고, 이 책이 더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래서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이 책에 별 다섯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