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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이용약관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9월
평점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이 아무래도 하나 더 생겨난 것 같다. 여태 책을 읽으면서 진짜 맘에 드는 작가는 딱 한 명이였는데, 요즘들어 최애 기준을 모호하게 뚫고 들어오는 작가님들이 몇몇이 계셔서 혼란스럽다.
케이시라는 작가님의 책은 처음보는데, 이전에 출간작이 한 네 편 정도 되는 것 같고 소설을 쓰신 듯 했다.
내가 읽은 책은 에세이였는데, 그가 쓰는 소설스타일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간혹 글에 어릴 때의 추억이나 그 시절의 관련된 환경적인 요소들이 나열되는데, 대략 내 또래쯤으로 추정되었다. 어쩐지 공감이 좀 잘 되더라 싶었다.
피식피식 한번씩 실소가 터졌다. 생각이 독특하기도하고 뭔가 솔직하기도 하면서 재미있다.
남궁원작가님의 책을 볼 때 궁금증이 여기서도 그치지 않았다. 다만 그 궁금증의 영역이 좀 더 확장되었다.
이 사람 자체가 혹은 그 일상들이 궁금하다. 뭐지 이사람?
다른 사람들에겐 따뜻하고 다정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소홀했던 지난 과거를 이제는 바꾸려 한다.
타인에게 대했던 것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자신에게 했던 부분은 반대로 하겠다는거다.
’각 잡고 글쓰자!‘ 이렇게 해서 탄생한 글이 아닌 것 같았다. 흘러가는 일상속에서 하나 둘 조각들을 모아 꾸려진 퍼즐같은 책이다.
<내 마음 이용약관>은 보험이나 어떤 계약들을 할 때 우리가 꼭 동의해야 하는 약관들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보고 새롭게 자신만의 이용약관을 만들어 그에 맞게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약간 비슷한듯 다른 느낌으로 ‘나 사용 설명서‘라고 제목을 지어도 좋을 것 같았다.
1인출판으로 출간한 작품들이 대게 서점의 매대로 올라가는 일은 거의 드물 것이다. 1인출판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기에 실력뿐 아니라 운도 배제하지 못했을텐데, 그럼에도 이렇게 인연이 닿아 독자에게 오기까지의 감사함을 책에 빌어 담아냈다. 그런 소중함마저 감사할 줄 알고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작가.(물론 수많은 작가들이 있겠지만) 이런 작가들이 더 승승장구하고 앞으로도 많은 책을 출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펴고 한 두 세편의 글을 읽고 ‘어? 이것봐라?’ (작가님이 들으시면 기분 나쁘실 말인거 압니다만....ㅎㅎ)싶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번씩 내스타일의 글 문장들이 마음을 훅훅 찔러댔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완독하고 아무래도 최애 작가로 등극시키기 전에 다른 소설도 한번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