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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가시눈 지음 / 투영체 / 2023년 10월
평점 :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는 저자가 갱년기를 겪으며,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만화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주인공 그 냥씨로 등장하는 박여사와 딸로 등장하는 어제, 아들 오늘, 조카 다음.
주변인물로는 어르신 1,2,3 실습환자 1,2, 병원동기 등이다.
만화로 특징만 살려 그려서 인지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다 동물로 나온다.
덩치가 큰 아들은 곰 같아서 곰으로 나오고, 툭하면 뿔세우는 게 특기라는 딸은 사슴. 이런식으로 등장인물을 간추려서 특징을 꼽고 설명해주다보니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애렸던 책이다.
비단 우리엄마만 그러겠냐만은 예전에 한 일본광고에서 어머니에 대한 광고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아 어느나라나 엄마는 다 같구나' 싶었다. 그래서 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고 사람이라는 것을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책 속에 등장한 그 냥씨는 일을 하다 다친 몸때문에 병가를 내고 쉬던 차에 퇴사권고까지 받게 되고, 졸지에 백수가 되버렸다. 그 와중에 갱년기까지.. 쉽게 짜증나고 무기력했던 차에 다시 할 수 있는 일을 배우게 되고 그렇게 요양보호사가 되었다.
늦은 나이에 배움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그 냥씨는 마치 학교에 다니는 소녀처럼 늘 즐겁고 행복해 했다. 나이가 들면 작은 것에도 평범한 일상에서도 쉽게 감사한 것들을 찾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진짜 눈물 쏟을 뻔 했던 페이지다. 폐경이 오고 난 뒤 몸에 이상이 생겨 자궁적출술을 받아야 했던 냥씨.
그래서 딸이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수술 후 산책을 하며 나눈 둘의 대화였다.
수술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던 어제는 문득 엄마가 없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느낌을 도저히 알 수 없던 딸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엄마가 없는 게 어떤 기분이야?"

냥씨는 버킷리스트가 뭐냐고 물었고, 어제는 냥씨에게 버킷리스트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물었다.
-엄마는 더 하고 싶은 거 없어?
-남들이 한다는 거 다 할 필요 없어. 그냥 살어.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그런 인생도 있는거야.
그래도 괜찮은 거고 그 나름도 멋진 게 많아.
살면서 무언가를 꼭 이루어야겠다고 꿈을 꿀 순 있다.
다만 그 꿈이 욕심이 되지 않길 바란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불러오듯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
냥씨의 말처럼 그냥 살어! 이게 정답인 듯.
평범하게 사는 거 가장 보통처럼 사는 거 그게 원래 제일 어려운 거니까.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엄마 생각이 나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냥 뭐하고 있나 생각나서 전화했어~"
그 말을 시작으로 대략 1시간 동안 주절주절 수다를 떨었고, 전화를 끊을무렵.
엄마는 "고마워~"라고 했다.
달랑 전화 한 통 했을 뿐인데, 그냥 잠깐 수다 떨은 것 뿐인데 뭐가 그렇게 고마운걸까?
괜히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간 너무 신경을 못써준 것 같아서,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서ㅠㅠ
늘 언제나 밝고, 우리뒤에서 아무말없이 뒷바라해줄 것 같았던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들고 힘이 빠진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알아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