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25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염소의 탈을 들고 있는 여학생과 그 뒤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려진 북커버. 그리고 책의 제목까지.

어떤 내용을 암시하는건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소설이였다.

일단 커버에 그려진 여학생이 이 책의 주인공인 하이하(또는 허니) 이다.

책 속의 설명으로는 영어로 희생양이 sacrificial lamb인데, 그보다 오래된 표현이 scapegoat라고 한다.

스케이프고트, 속죄의 염소. 그래서 주인공은 염소의 탈을 들고 있었던 걸까?

염소를 지칭한 건 '하이하'이고, 그 염소의 목을 끈으로 멘 여자는 '마마'이다.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이고, 감추려고 했던 진실은 무엇이였을까.

사건의 시작은 1년 전 미국 뉴멕시코에서 15세 소녀가 어머니를 독살하려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정 시설 생활 처분을 받았다.

당시 미디어 주목을 받았던 이 사건은 존속 살해, 독살, 미성년자 등 자극적 키워드가 가득했고, 사람들은 이 사건을 '마더 포이즈너'라고 불렀다.

자극적인 사건 전말을 원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소녀의 어머니는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육체적인 학대를 가했으며, 교육시설에도 보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녀가 아동학대의 피해자라고 입 모아 말했다.

그리고 이후 그 소녀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대한민국의 유명한 기업의 회장의 지지 하에 소녀가 원한는 걸 다 들어준다며..

소녀가 원하는 것은 '염소를 묶은 끈을 잘라 내 주는 것'




염소클럽이라는 정체모를 한 웹사이트. 그리고 그곳에 의뢰를 하면 복수를 해준다고 한다.

책에서는 경찰 이희태의 수사기록과 염소클럽의 주요 멤버인 하이아, 진선미, 김해찬, 서은진이 어떻게 멤버로 된건지에 대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들이 맡게 된 복수의뢰까지.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명확하게 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그 메세지는 최근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에 집중한다.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수두룩하고, 그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어딘가에 갇혀 살아간다.

책 속의 주인공 허니(하이아)역시 그랬다. 허니의 엄마는 '마마'는 알 수 없는 사이비 종교단체에 얽매여 자신의 딸에게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행하며 끊임없이 세뇌를 시킨다. 결국 이 허니는 집 안에 갇힌 채 바깥세상에 대해 하나 알지 못한채 집안의 세상에서 마마의 말만 믿고, 그대로 따르게 된다.

힘 없고 약한 소녀는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엄마의 말을 따르는 수 밖에...

의뢰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열살 수아의 이야기는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는 엄마가 밉다고 했다.

여섯 살짜리 남동생은 교육기관은 다니지 않았고, 이웃 주민의 말에 따르면 동생이 아파서 부모가 작은 아이를 돌보느라 애쓴다고 했다. 어른들은 아무도 수아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아동학대의 피해는 점점 커져만 갔다. 부모는 아이를 억지로 아프게 만들었고, 그걸 악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있었다. 후원을 받고, 방송을 통해 동정심을 얻으며 그렇게... 그러다 수아가 염소클럽을 알게 되었고 접수의뢰를 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비밀리에 복수를 해주는 염소클럽이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속에 나온 문장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지키려는 사람은 이미 어른이에요" 열 살밖에 안된 수아가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지키려 했던 그 마음만큼은 이미 어른보다 더 어른다웠다.

소설이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소재를 다뤄 읽는 동안 침울했다. 그럼에도 계속 사건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수많은 희생양들에게 저자의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며, 주변도 좀 더 신경써서 관찰해본다면 충분히 그들을 구해낼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