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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모래알 같이 - 정선엽 초단편소설집
정선엽 지음 / 별빛들 / 2023년 6월
평점 :


단편소설모음집은 종종 본 적 있는데, 초단편소설모음은 처음이였다.
별빛들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대부분 읽는 편인데, 이번 역시 기대가 큰 탓이였을까, 아니면 내가 작가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였을까.
전하고자하는 메세지가 크게 와닿지 않았고, 어떤 이야기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다소 많이 아쉬운 작품이였다.

적나라한 단어 선택에 적잖은 당황스러움도 있었다.
저자가 만화영화나 지브리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몇몇의 작품에 종종 비슷한 장르의 소재가 등장하기도 했다.

19편의 초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그나마 괜찮게 본 몇 편의 소설들.
순수함이 느껴지는 <해변의 모래알 같이>는 길을 걷다 우연히 해변에 도착했고, 그 해변에서 마주한 모래알갱이들의 덩어리 ‘무카무카’와의 대화는 현실이였을까 꿈이였을까, <안경을 벗고 길을 걸을 때> 마이너스 시력을 가진 두 사람. 남자가 제안한 안경을 벗고 아파트 야경을 바라보라는 말에 여자는 해보았고, 이후 둘은 시력과 렌즈로 시작한 대화에서 점차 폭 넓은 대화를 나눈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벗으며 평범한 세계에서 그들만의 세계로 가는 사차원적인.
<카푸치노 맨>은 카페에 매일 같은 시간에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2층 창가에 앉아 랩톱을 켜고 세 시간쯤 무얼 하다 간다. 정말 짤막했던 이 소설은 카페가 상당히 활성화 된 요즘 어디선가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계단을 뛰어서 내려오는 걸 봤어>는 전하고자 했던 부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단면적으로 딱 떠오르는 단어는 ’관계 파트너‘ 라는 것. 친구도 애인도 아닌 그 애매한 사이의 관계가 꾸준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둘 중 한사람이 연애상대가 생기면 잠시 떨어졌다, 연락도 뜸했다가 다시 헤어지면 돌아와 평소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도저히 내 상식선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요즘 세상 같아서는 충분히 있을 법해서 더 꺼름칙했던 이야기.

솔직히 아무 생각없이 킬링타임용으로 보려거든 추천.
초단편선이라 스토리가 길게 이어지지 않다보니 어느 이야기를 펼쳐보아도 흐름끊기지 않아 좋다.
한 작품당 대략 5-1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정선엽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저자의 글의 성격이나 이런부분을 잘 파악하지 못해 내가 제대로 작품을 못 본 것일 수도 있으나, 이 작품만 단독으로 본다면 내 취향은 아니였다는...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