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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와 생각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3년 5월
평점 :


이광호 작가님의 책을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이 얼마만에 보는 작가님 책이더냐!! 그간 본 적 없던 여행에세이라서 더 기대하고 봤다.
왜냐? 작가님 사랑을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너무 예쁘게 바라봤기에, 이번에 두 분이 함께 떠나는 일본여행에서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하고 보고 느꼈는지 너무 궁금했기에.
갑작스레 잡힌 일본 여행의 시작부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상까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그 기간동안에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차곡차곡 담아두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 쯤에 나오는 흑백 사진마저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드는 책.


계획이 없이 여행을 떠나는 자, 계획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자.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제3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독자.
작가님은 계획없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고, 아내분은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편이였다.
다른 성향으로 인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듯 했다. 아마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다가 단톡방에서 이야기 나누던 나의 절친들이 생각났다.
한명은 극E와 또 다른 한명은 극J. 여행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E타입의 친구는 아무 계획이 없다. 여행을 할 때도 ’될대로 되라‘ 식이라 함께가는 사람이 늘 바쁘고 다 챙겨야 했다고 한다.
J타입의 친구는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씻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철저히 계획에 넣는다. 모든 일정은 본인이 짜고, 그 일정에 어긋날 경우 대안책까지 세운다.
극명한 온도차를 가진 두 친구 사이에 나는 어떤타입이였나, 딱 그 둘의 중간이다.
계획이 있을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계획을 세운다 한들 정확한 시간까지 예상하진 않는다.
가끔 무계획이 주는 여행의 기쁨이나 교훈도 있다. 그 나름대로 그것도 추억이 될테니까.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다 나와 E친구가 J를 놀렸다. 그렇게 하면 피곤하지 않냐고ㅋㅋ
J는 계획이 없으면 불안하고, 혹시나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런것들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하지않겠냐며, 무계획은 더 스트레스를 주는 듯 보였다.


물론 자신의 성향에 따라 정하는 거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나온 도쿄여행처럼 작가님은 이번 여행의 계획을 아내분에게 맡겼다.
그리고 무계획의 여행만 즐겨왔던 작가님은 계획적인 여행에서 많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자신이 보호해줘야만 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아내에게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으며 아내가 무척이나 자랑하고 싶을만큼 멋졌다고.
이외에도 무수한 자랑을 했는데, 단순히 한 사람을 사랑해서 그게 너무 예뻐서 콩깍지가 씌여서 하는 그런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사람에 대해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구절구절 마다 인상깊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읽은 책이 여행에세이라서 그런지 왜 더 공감되고, 그 상황들이 눈 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것 같은지..
주관적인 입장으로 책을 바라봐서 더 좋게 보였을 수도 있는거고.
(워낙 작가님을 ... 아니 작가님 책을 좋아하니까?^^)
4박5일의 도쿄여행동안 서로 각자만의 원했던 장소도 함께 가보고, 여행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배려해가며 맞춰가는 느낌은 이제 진짜 부부처럼 보이기도 했다.
책 속에서 본 글 중 퇴사해서 한 달이라는 여유시간이 생긴 친구가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값지게 쓸 수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친구에게 여행을 가라고 조언했고, 그 친구는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돈이 아깝다고 했다.
작가님 역시 친구가 말하는 의도가 무언지 잘 알았으나 자세한 이야기는 덧붙이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덧붙여 말했다. 나는 이 글에 무한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은 우리가 지불한 만큼 바로바로 결과물을 내어주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걸.
여행은 그저 우리가 가진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
낯선 주변 환경은, 우리의 낯선 생각, 낯선 행동을 유발할 것이다. 그것이 여행의 힘이다.
분명히 낯설고 다른 주변 환경은 지금까지 내가 생산한 것들 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생산할 수 있는 ‘나’를 생산해줄테니까
<도쿄와 생각> P.170-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