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래로 피는 꽃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이 작가의 책을 언제 읽었더라 더듬다가, 책 표지 열자마자 바로 보이는 책 날개에 소개란을 보고 떠올랐다. 작가의 외모가 워낙 출중하기도 했고 소개란의 소개부분도 화려했던 탓에 아마 쉽게 기억났던 것 같다.
그당시에 읽었던 책 역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표현되었는데, 이번 책 역시나 깊은 수렁에 푹 빠진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였다.
위 책을 본 게 2020년. 무려 3년이나 지난 책이라니.. 하긴 저때 저자가 여행다녀올 때만 해도 코로나 이전이라 해외여행도 걱정 없던 때였다.
<죽기 싫어, 떠난 세계여행>에서도 책 제목 그대로 진짜 죽기 싫어서 떠난 여행이였는데, 실패만 맛 본 여행 끝에 다시는 해외여행은 가지 않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말에 나는 반박하는 리뷰를 달았다.
이번에 읽은 <아래로 피는 꽃>을 읽어보면 저자는 결국 다시 해외를 나갔다.
물론 다시 나가기까지 엄청난 고통과 자신과의 싸움을 치루느라 지칠대로 지쳐서...
이 책은 쉽게 추천해주고 싶을 수 없는 책이다. 일단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암울하다.
멘탈이 강하거나 긍정적인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의지가 부족하고 남의 감정에 쉽게 동요되는 사람이라면 또 현재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이 책을 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작가 이력을 보면 진짜 순탄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몰랐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짧게 드러난다.
<아래로 피는 꽃>에서는 자신의 일기를 담아내었다. 죽고 싶었지만, 죽기가 무서워서 실패하고 봉사활동하다 다치게 된 허리때문에 통증을 이기지 못해 집에 틀어 박히게 되었다.
그게 시작이였을까? 꾸준히 추락하는 자신의 모습이 버거웠던 걸까. 제대로 된 원인을 알 수 없는 채 끊임없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꾹꾹 눌러담은 화까지. 결국 자신을 상처내었던 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였음을 뒤늦게 깨닫고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게 무려 3년가까이 되는 시간이다. 3년이란 시간동안 폐인처럼 넋놓고 아무것도 하는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느꼈던 고통과 감정을 담아낸 일기.

얼마나 죽고 싶었으면 해외로 봉사활동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다는 생각이 차라리 사고가 나서 죽음을 맞이하길 빌었을까.
죽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죽을 용기가 없어서 못 죽는 사람의 심정이라.. 아마 일반인들이라면 이 감정에 대해서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나도 예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삶과 감정을 갖고 살고 있으니까. 20대 초중반쯤 나도 그런 감정을 격하게 느껴본 적 있었기에. 무엇을 하든, 많은 사람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만나고 나서도 뒤돌아서면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
그 상황에서는 본인만 중요하고 내가 죽을만큼 힘들기에 다른사람들은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신경쓰고 싶지도 않게 된다. 그러다보니 남들에게 더 상처가 되는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되고..
비행기를 타러 공항 가는 길을 아버지께서 태워주셨다고 하는데,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작가는 아버지에게 정말 큰 상처가 될 말을 하게 된다.
"제가,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려야 얼마나 힘든지 아시겠어요?"
그 말을 한 본인 스스로도 놀랍고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위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나는 엄마에게 한 적이 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진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제정신이였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모질고 상처를 준 말이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고, 모든 것이 다 싫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였다.
끝없이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 나 자신이 그렇게 한심하고 화가 날 수 없었다.
무엇이 그토록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걸까.
아마 그 때의 내가 책을 많이 읽었거나 글쓰기를 했더라면 내 감정을 쓴 글이라도 있을텐데..
지금 기억하려니 어떻게 내가 그 굴레에서 헤어나왔는지 무엇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던건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1-30까지의 글. 그 중 27-30번까지의 글은 없다.
미완성의 글을 본 게 처음이다. 그런데 출판이 되었다. 뭐지 진짜 이 작가? 화려한 경력, 화려한 외모, 순탄하게 살아온 삶. 그러다 마주하게된 나락. 분명 자신보다 더한 삶도 존재하는데, 어찌보면 배부른 소리 할 수도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고생을 덜해봤다거나 상처를 덜 받아봤다거나 하는 등등의 나쁜 말들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읽으면서도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러다가 진짜 덜컥 잘못된 선택이라도 하면 이 글을 쓰고 나서도 잘 살아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저자의 인스타도 들어가봤다. 한시간 넘게 그의 피드를 둘러보면서 아직 완전하게 멘탈이 잡히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보여 안심되었다.
될놈될상. 딱 그말이 맞는 것 같다. 뭐든 하면 잘 될 것 같은 케이스.
외모에, 운동에 심지어 머리도 좋은 것 같다. 중학교 때쯤인가 육상을 하다 관두고 공부해서 고려대 조기졸업한 거 보면... 글을 보면 학창시절 친구들은 자신을 '엄친아' 급으로 불렸다고 했다. 집안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였지만 재력만 빼고 보면 엄친아는 맞는 듯.
얼짱으로 나름 유명해서 팬카페까지 있었다고 하던데...; (정작 외모칭찬 엄청 싫어하는 작가)
재능도 있다. 다양한 직업군을 거쳐 현재는 출판사 대표 및 무슨 직업컨설턴트?인가 그런거 하시는 듯 하던데.. 방구석에 3년가까이 박혀있다가 나와도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약간은 넘사벽 느낌.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말고 본인을 더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서 앞으로 더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 지금도 소설이나 다른 책을 더 집필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부디 출간까지 무탈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