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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 지구인이 알아야 할 인류 문화 이야기 ㅣ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2013년 9월
평점 :
사람들에게 인류학 대중서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보통 '인류학이 뭔데요?'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인류학이 뭔지 대~충 아는 사람들은 출간한지 20년 된 <총, 균, 쇠>를 떠올리고 전공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총, 균, 쇠>는 지리학에 더 가깝지 않느냐는 대답을 한다. (참고로 인터넷 서점에서는 사회학이나 역사로 분류되어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가장 성공한 인류학 대중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나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도 고전으로 꼽는다.
문화인류학 개론 수업에서 교재로 쓴 책은 일조각에서 나온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과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였는데, 두 책 모두 입문자에게 문화인류학을 소개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적당한 두께와 분량과 내용이다. 그러나 역사시대 이전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모든 문화 면면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문화인류학치곤 소박한 현실이다. 학문이 다루는 범위가 넓고, 논쟁적인 주제나 흥미로운 연구도 많은데 소개가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아 참 아쉬울 뿐이다.
이런 지점에서 이경덕 선생님의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는 반가운 책이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청소년 교양 도서로 나온 책으로,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케이 펙스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지구를 관찰하며 작성한 인류학 보고서를 저자가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해 이렇게 책으로 냈다고 한다.(완전 귀여운 설정) (그래서 사진도 귀여운 배경에 찍어봤음)
청소년들에게 인류학이란 무엇인지,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귀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인류학이 뭔지 궁금한 성인이나 얇고 넓은 지식을 갖고 싶은 이들도 다소 유치한 설정과 서술 방식을 감안한다면, 아주 가볍게 충분히 읽을 만하다. 일러스트도 귀엽고, 외계인이 지구를 관찰하며 설명한다는 설정도 귀엽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수업을 듣는 느낌이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고전 인류학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한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지식이지만 가끔 이런 당연한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때때로 내가 상식이라 믿는 것들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문화인류학"책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원주민 연구하는 고전적인 문화기술지 말고, 흥미로운 현대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들을 사람들에게 더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600쪽 넘는 <사피엔스>, 700쪽 넘는 <총, 균, 쇠>는 넘 부담스러우니...
인류학은 인간의 생각과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인류의 문화와 사회를 연구한다. 정치학이 정치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사회학이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인류학은 인류, 곧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5p)
그러나 현재 유인원과 인류는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그 차이의 기준은 도구의 활용보다는 문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32p)
대홍수라든가 빙하기 같은 자연환경 변화나 인구 증가 등에 따라 인류의 삶은 끊임없이 변화한 것이다. 발전이나 진화라는 표현을 ‘변화‘로 바꾸면 뛰어남과 열등함의 구분이 사라진다. 누군가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열등한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렇게 구별하면 반드시 차별이 생긴다. 발전이나 진화가 아니라 변화로 받아들이면 차별이 줄고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커진다. (38p)
인류가 동물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게 된 것은 도구의 사용이 아니라 언어의 사용 때문이다. 언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손짓과 발짓이 아닌 말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가 체험한 것을 글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말과 글은 인류가 독자적인 문명의 길을 가도록 이끌었다. (44-45p)
동그라미에 그린 네 개의 선이 얼굴을 뜻하고 파란색 양복이 남성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그것들이 상징이기 때문이다. 문화화는 바로 이러한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다. (47p)
문화상대주의에서 중요한 점은 다른 문화를 대하는 자세에 있다. 자기와 다른 문화를 배척하고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반대로 무턱대고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56p)
사람이 다니기 시작하면 길이 생기고, 길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지구의 인류는 그렇게 지구 위에 길을 내고 그 길을 통해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를 주고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인간의 문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변할 것이다. (67p)
인류의 문화는 늘 비대칭적으로 변화해 왔다. 인류 역사에서 대칭성의 문화가 실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잘 쓰는 양손잡이의 세계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인류의 문화는 이런 대칭성보다는 비대칭성을 통해 변화해 왔다. (83p)
경기를 하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경기에서 패하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심지어 검투사의 경기에서는 패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즉 경기는 승부를 가려야 하고 결과적으로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이 생긴다. 그래서 경기의 목적은 남을 이기는 것이 된다. 반면 놀이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놀이의 목적은 남을 패배시키는 것이 아니다. 놀이를 통해서 그 놀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친해질 수 있다. 놀이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준다. 만약 놀이로서 축구를 한다면 함께 땀흘리고 서로 격려하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133p)
예전에 유럽의 선교사가 아프리카에 갔다가 그곳 원주민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곧 축구의 재미에 빠져 열심히 공을 찼다. 그런데 선교사들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벌써 시간이 지났고 승부가 났는데도 주민들이 축구를 끝내지 않고 계속 공을 차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축구가 하도 재미있어서 그러나 싶었는데, 그렇게만 보기에는 좀 이상했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주민들에게 이제 승부가 났으니 그만 끝내라고 말하자 주민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무승부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축구를 끝낸단 말이오?" (133p)
경쟁을 하면 반드시 패배한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134p)
교환의 첫 번째 법칙은 내가 받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먼저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행위가 계산적이든 아니든, 먼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상대에게 좋은 말을 할 때 역시 좋은 말을 듣게 된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것이 아니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그것은 호혜성 교환이 보여 주는 것처럼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길이기도 하다. (200-201p)
우주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작은 곤충에서 하늘의 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 그대와 가까운 사람이라도 되는 양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랑의 강렬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영원한 시간이 그대에게 내려와 황금 날개로 그대를 덮어 줄 것이다. (219p)
문화인류학 또는 인류학은 이런 타자의 문화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타자를 연구하는 것은 타자의 문화를 거울 삼아 자기의 문화를 비춰 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은 타자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밖에서 관찰하며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립니다.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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