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나가서 혼자라도 박수치고 와야겠다. 내가 고생한 걸 나는 아니까.
도대체 작가의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를 읽었다. '행복한 고구마' 짤로 더 익숙한 작가님. 인삼밭에 낀 행복한 고구마 이야기인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걸 봤었다. 읽으려고 보니 이 작가님 책이더라.
대충 그린 것 같은데 섬세하고 귀여운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책을 읽는다기보다 작가의 트위터를 천천히 구경하는 것 같았다. 별로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아서 한시간 정도면 가볍게 쭉 훑을 수 있다.
누구나 삶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게 될 때가 있다.
지난 늦여름, 상처 많은 복숭아를 떨이로 샀었다. 시장 좌판에 진열된 크고 맛있어 보이는 비싼 복숭아 대신, 싸지만 상처가 많아 바로 먹어 치워야하는 복숭아. 비닐봉지를 덜렁덜렁 흔들며 집에 오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상처많은 존재는 가치까지 절하되는 걸까?
내가 상처많은 복숭아를 보며 생각에 잠기듯, 이렇게 누구나 살면서 깊든 얕든 마주하는 세세한 순간을 담은 책이다. 다만 억지 위로, 억지 힐링을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런 일상 에세이를 읽으면 '나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위기에 처했지만, 비관하지 않고 노력에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마침내! 결국! 모두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참 많다. 해봤자 도움도 안되는 뻔한 말들만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 책은 읽다가 지치고, 지루해서 금방 덮게 된다.
도대체 작가님이 하려는 말은 '어차피 다들 힘들고, 삶이란 늘 암울한거야' 라는 절망적이고 단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너도 힘들지. 그래 알아.'라는 담담한 위로가 담겨있다. 작가님은 아닌 척 하지만, 사색을 즐기고 생각이 참 많은 사람 같다.
나가서 혼자라도 박수치고 와야겠다. 내가 고생한 걸 나는 아니까.
강하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라 거부할 줄 아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한없이 슬퍼할 자유도 없는 월급쟁이의 비애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일상의 힘이라 믿는다.
그런데 시트엔 나이테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옹이가 그려져 있었다. 톱밥을 눌러 만든 MDF는 진짜 원목을 흉내 내기 위해 일부러 원목의 흠집인 옹이까지 따라 한 것이다. ‘진짜엔 흠이 있구나.‘
나는 겨울이란 계절을 아직 백 번도 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다. "애송이지."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서툰 신세, 낯선 환경이라도 그것은 새순처럼 나의 일부일 뿐, 그 끝엔 수십 년 살아온 ‘내가‘ 버티고 있다는 걸 떠올리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 사라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다 시간이 더 지난 어느 날이었다. 처음으로 아기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식을 모친에게 전하니 원래 웃는 건 좀 더 커야 가능하단다. 아, 혹시 인생의 기본값은 원래 우는 것인데, 좀 더 자라 뭘 좀 알게 되면 웃을 수 있게 되는 거였나. 누구나 울면서 살기 시작하지만, 결국은 웃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생이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틈틈이 웃을 수 있다. 그리고 웃음은 삶의 기본값이 아니기에, 우리는 웃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주고받아야 한다.
사람들은 지는 목련을 흉보지만 나는 목련 편이다. 꽃도 사람도 질 때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밤 내가 서러운 일로 목 놓아 울고 있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 방의 불빛을 보며 위로받았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