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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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제주도까지 가서 사온 책. 유유에서 나온 우리말 공부책 시리즈 중 하나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 직업이라면, 편집자는 작가가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요즈음은 오며가며 어깨 너머로 편집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와 출판사가 어떤 체계로 작동되는지를 스을쩍 보고 있는데, 책을 보니 문득문득 와 닿는 부분들이 있다.

 

책의 부제는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블로그에 아무렇게나 싸지르는 글들이 몹시 부끄러워지고.. 이렇게 쓰면 안될 것 같고.. 맞춤법도 더 신경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단순히 교정 교열지만 죽 나열해놓고 어려운 우리말 문법을 설명한 게 아니라, 중간 중간 개인이 쓰는 문장 자체에 대한 고민을 소설 형식으로 끼어 놓아 읽기에 훨씬 수월하다. 좋은 실용서이지만 작고 가벼운 사이즈에 비해 가격은 좀 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양장본 아님. 203쪽. 12,000원)

 

문장 자체의 고민이 무엇인지 예를 좀 들어보자면, '완벽한 문장'이 존재하는지 질문을 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표준 규정에 따라 글을 쓰는데, 국립국어원의 표준 규정이란게 사실 '완벽한' 규칙은 아니니까. 시대에 따라 바뀌고 예외 규정도 많고 사람들이 많이 쓰면 입말이 글말이 되기도 하는 법.

 

교정교열자가 '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고쳐도, 작가가 자기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고 원래 문장으로 쓰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더 자연스럽다'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이유도 있다. 자기가 쓰는 글에 자부심이 있는 작가라면 더더욱 교정자의 지적질이 불편하게 들릴 터...

 

글쓰기는 참 어렵다. 우리말도 너무 어렵고. 한국어, 모국어가 아니었으면 못 배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습관적으로 선택해서 쓰는 단어와 문장들이 사실 '지적으로 게을러서' 쓰는 것들이라니! 하는 충격과 함께 밑줄 몇 군데.

 

 

좋은 문장은 주로 빼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 편리함이 주는 유혹은 문장이 어색해지는 걸 꾹 참아 내게 할 만큼 크다.

말과 글 또한 합의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라면 ‘나‘는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늘 치욕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합의된 대로 말하거나 쓰지 않으면 내 생각이나 의도는 물론 느낌조차 표현할 수 없다는 치욕 말입니다.

누군가에겐 그 모습이 내가 속한 풍경이기도 하고 내 모습 자체가 풍경이기도 하겠지만, 최소한 내겐 결코 풍경이 될 수 없죠. 왜냐하면 내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풍경을 만드는 거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문장의 시선은 결국 거리를 좁히려는 나의 의지와 당겨지지 않으려는 풍경 사이의 긴장감이 만드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만일 문장이 나를 매혹시킨다면 그건 문장 안에 ‘현재의 나‘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괜스레 심연인 척하지만 실은 허방에 불과한 ‘나‘ 대신 주어와 술어가 만드는 거대한 표면이 문장을 이룰 때 매혹을 느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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