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은 재미를 쫓으며, 어떤 소설은 무료함을 쫓기 위해 읽는다. 진행되는 사건이 빠져서 읽게 되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며 읽는 소설도 읽다. 김혜진의 짧은 소설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사건이라기보다 사유에 가깝다. 단막극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독자가 알게 되는 것은, 그 일들이 남긴 ‘흔적’들이다. 실제로 일상에서 겪는다면 애매하게 넘겼을 상황들. 그 순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집요하리만큼 고집스러운 응시를 통해 그려낸 문장들을 읽으면 오래 참은 숨을 토하듯, 긴 숨을 내쉬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안도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영영 놓쳤을지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찰나의 감정들을 벼리고 벼린 문장들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어쩌면 그 무엇도 아니고 그 모든 것일지도 모르는 마음을 이제 나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본문 중에서
꿈 이론에서 악몽이란, `지금 여기에 네 본성에 어긋나는 게 있어. 뭔가를 시급히 바꾸어야 하니 제발 깨어나서 이 상황을 좀 볼래?`라는 메시지다. 무의식은 급박하게 경각심을 촉구할 때 악몽의 형태를 취한다. 왜냐하면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은 신나는 꿈을 꿀 때보다 끔찍하고 잔인한 악몽을 꿀 때 훨씬 꿈을 잘 기억하고 꿈에 관심을 더 쏟는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몽은 괴로움을 주려는 게 아니라 시급함을 알려주는 신호다. 꿈이 최선을 다해 현재의 위기를 알리고 상황을 개선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28
꿈은 정말 심오한 것이다. 다만 무슨 뜻인지 파악하고 해석하려는 망므을 내려놓으면 꿈과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 꿈은 에너지와 이미지가 결합되어 있기에 자주 들여다보고 정성을 쏟으면 확실한 보답을 가져다준다. 그렇기에 꿈 에너지가 날아가지 않도록 기록을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 꿈 이미지를 그려보거나 꿈에 등장하는 이미지로 시를 써보고 몸짓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꿈과 친근해지면 저절로 꿈을 보는 통찰이 생기고 형식과 패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듯 머리로 해결하려 든다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잠만 자면 쏟아지는 게 꿈이다. 각 꿈마다 위에 언급한 정보들, 그리고 더 많은 층위의 의미들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개꿈은 없다. 꿈에 대한 선입견을 접고, 꿈 세계의 초대에 응해보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망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앞에서 망설일 이유가 없다. 꿈 거울은 그 가치를 알고 귀하게 다룰 때 더 선명히 깊이를 드러낸다.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거울이 드러낼 진실이 궁금하지 않는가./4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