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능력없으면 임원 힘들다
◆지금은 임원시대 (5)◆
올해 재계 임원 인사의 특징은 이공계 우대와 능력 위주 인재 발탁 두 가지로 요약된다.
새내기 임원 중에서 이공계 출신이 50%를 넘었다는 것은 기술경영이 정착돼 가 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 같은 이공계 출신 비율은 상장사협의회가 지난해 상장사 기존 임원을 대상 으로 조사한 결과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지난해 상장사 전체 임원 중 이공계열 출신은 40.3%(3310명)였고, 상경계열과 인문계열은 각각 37.1%와 12.4%에 그쳤다.
상장사협의회 조사결과 등기임원은 상경계열 전공자가 44.9%로 가장 많은 반면 집행임원은 이공계열 전공자가 52. 1%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이공계 출신 우대 현상은 무한 기술경쟁 시대를 맞아 테크노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1명의 경영진 가운데 7명이 이공계다.
윤종용 부회장, 이 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이상완 LCD총괄 사장, 권오현 시스템LSI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이공계 출신이다.
LG전자도 김쌍수 부회장과 이희국 사장을 비롯한 이공계 출신이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계 임원의 이공계 출신 비율은 4급 이상 공무원과 17대 국회의원 등 정ㆍ관 계와 비교하면 4~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전체 임원 승진자 236명 중 이공계 출신이 144명으로 61.0% 를 차지했다.
LG와 현대차그룹은 이공계 출신 새내기 임원이 각각 50.9%와 54.0%를 차지해 반수를 넘었다.
KT도 이공계 출신 비중이 7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그룹도 절반을 넘었거나 그에 육박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이른바 실력 중시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신규 임원 중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대학 비중은 26.6%에 그쳤다.
이는 2004년 상장사협의회가 조사한 기존 임원의 SKY 비율 41.5%에 비해 무려 15%포인트가량 낮아진 것이다.
상장사협의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원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1843명(22.6%)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9.8%), 연세대(9.1%), 한양대(7.3%), 성균관대(5.1%), 부산대(3.8%), 중앙대(2.9%), 영남대(2.9%) 순 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05년 재계 신규 임원 조사결과 전체 572명 중 서울대는 11.4%, 고려 대와 연세대는 각각 7.9%와 7.3%에 불과했다. 학연에 관계 없이 능력 위주로 중용한다는 주요 기업들의 인사원칙이 자리잡은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신 경북대와 부산대 등 지방 명문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번 인사에서 경북대와 부산대는 각각 38명, 36명의 신규 임원을 배출해 6.6% 와 6.3%의 점유율을 보였다.
삼성은 서울대(25명) 다음으로 경북대(19명)가 신규 임원을 많이 배출했다.
LG는 부산대가 서울대와 똑같은 14명의 신규 임원을 탄생시켰다.
이어 경북대 도 12명의 신규 임원을 배출했다.
현대ㆍ기아차의 신규 임원은 대학별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부산대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와 경북대가 각각 3명을 차지했다.
특정학맥보다는 능력 위주 인사가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여성임원은 LG에서 3명, 삼성과 코오롱에서 각 1명씩 신규 임원이 탄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 신규 임원은 전체 신규 임원 중 1%에도 못미쳐 여성임원 기근현상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기업이나 외국계 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은 아직까 지 '바닥'을 다져온 여성 인력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신 입사원은 많게는 여성이 20%를 차지하고 있어 머지않아 '여풍'현상이 임원 인 사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순기 기자 / 김민우 기자 / 조시영 기자 / 방정환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