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임원 '사관학교'서 재교육
◆지금은 임원시대 (4)◆
SK텔레콤 A상무는 요즘 금요일 오후 2시만 되면 슬그머니 회사를 빠져나간다.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되는 임원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2개월 동안 토요일에는 대학을 찾아 다니며 강의를 듣는 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교육 일정은 대학교수나 외부 전문가 들의 재무ㆍ인사관리 강의 등으로 짜여 있다.
예전에는 건성으로 졸면서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그랬다가는 큰코다 친다. 올해부터 교육 결과가 곧바로 임원 역량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상무는 " 요즘은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심정과 비슷하다"며 "교육 강도가 워낙 세기 때 문에 사관학교에 입교한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임원교육 과정을 강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임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초 소양교육 정도만 연수 형태로 간단하게 교육했지만 최근에는 경영이론에서 리더십까지 기업 임원이 갖춰야 할 모든 과정을 마치 사관학교 교육을 방불케 할 만큼 높은 강도로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 교육 내용도 이론형에서 실전형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LG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핵심인재를 스카우트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증받은 인재인 임원들을 최고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투자를 강화하는 길밖에 없 다"고 말했다.
삼성은 매년 초 신규 임원을 대상으로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1주일 간 리더십 교육을 한다. 리더십 교육은 경영전략 수립, 자기관리 방안, 업무지식 교육 과정 등으로 구 성돼 있다.
최신 경영정보 교육과 함께 건강관리 요령, 삼성의 신경영 철학 등 도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소양교육의 한 가지로 '난타' 등 공연 관람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경영자로서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운다는 취지에서다. 도자기 굽기나 스타크래프트, DDR 배우기 등을 통해 신세대 문화를 체험하고 세상을 따라잡는 교육 프로그램도 신임 임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삼성 관계자는 "신임 임원교육 강사진은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나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주로 내부 강사진으로 꾸며지며 외부 강사진은 학계의 저명한 교수나 문화계 인사 등이 연사로 초청된다"고 귀띔했다.
LG그룹은 매년 초 용인에 위치한 인화원에서 9박10일 동안 신규 임원들을 대상 으로 교육을 한다. 이 자리에서 새내기 임원들은 LG가 추구하는 전략적 방향과 조직역량 배가 방안, 노경협력 등 경영이슈 등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이와 함께 LG는 상무와 부사장급 임원을 대상으로 '사업가 육성 교육(EnDPㆍEntrepreneur Development Program)'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 책임자로서 임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전략적 경영능력, 전문지식 등 10개 과정으로 나뉘어 있으며 LG의 모든 임원은 매년 1개 이상의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SK는 94년부터 '임원육성제도(EMDㆍExecutive Management Development)'를 도 입해 운영하고 있다.
EMD는 크게 임원 자격 요건, 평가와 선발, 개발과 육성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신임 임원들은 매년 5~6월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을 중점적으로 받는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최태원 회장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SK는 임원이 된 후에도 철저한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EO아카데미로 불리는 임원교육에는 전체 임원이 참석해야 하며 연간 50시간에 걸친 집합교육을 받아야 한다.
SK 관계자는 "임원들은 미래의 CEO 후보군"이라며 "마케팅 분야 책임자라 해도 인사와 재무 등 경영의 모든 부문을 교육을 통해 이수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대학과 연계한 임원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서울대 경영대학과 공동으로 개설한 고급 MBA 과정인 'KEDP 프로그램'을 2003년 부터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상무급 이상 임원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임원들은 4개월 간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대한 항공이 임원 교육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 90년부터 경영전략 수립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AMP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항공 임원은 누구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주요 대 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도 매년 초 9박10일 동안 신규 임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기존 임원들도 매년 3박4일 일정으로 주로 재무 분야를 중심으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백순기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