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가 이끌던 나라경제 이젠 대기업임원이 주도


◆지금은 임원시대 ①◆
'임원의 시대'가 열렸다.

국방전문가로 통하는 차영구 예비역 육군 중장이 휴대폰 전문기업인 팬택에 영 입돼 미국 수출현장에서 뛰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기업설명(IR)과 홍보를 총괄하는 주우식 전무는 경제부처의 잘 나가던 관리에서 변신했다
새내기 임원들이 탄생하면 신문들이 앞다퉈 경력과 프로필을 소개할 정도로 대 기업 임원은 이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기업의 역할ㆍ비중이 엄청나게 커진 것도 임원의 위상 제고에 큰 몫을 담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 수출 중 15%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핵으 로 자리잡았다. 잘 나가는 공무원들과 검찰 인사들까지 속속 민간기업 임원으로 보금자리를 옮 기는 이유를 알 만하다.

'경제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이 국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차영구 씨는 "기업이 잘되면 국가의 부가 증가한다. 기업 활동 자체가 국가 발 전에 도움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할 정도다.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출발한 샐러리맨들은 누구나 '임원'을 꿈꾼다. 임원이 되면 신분이 평민에서 귀족으로 상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장과 상무(일부 기업은 상무보ㆍ이사)는 직급으로 보면 한 등급 차이에 불과 하지만 대우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실제로 임원이 되면 억대의 연봉과 함께 복지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부장 시절과 비교해 적게는 10가지, 많게는 30가지가 달라 진다.
우선 연봉이 부장 때보다 100% 이상 많아진다.

삼성의 상무보는 대략 1년에 1억3000만원대를 받는다. 특히 세금도 회사측에서 대신 내주기 때문에 성과급 등을 합치면 2억원대라고 보면 된다. 신임 임원은 보통 2500㏄ 정도의 중형차가 제공된다. 부사장은 에쿠스 3500㏄급, 사장은 45 00㏄로 바뀐다.

LG도 부장 시절보다 연봉이 약 100% 안팎 오르며 성과급 폭도 대폭 넓어지는 등 다양한 성과보상체계가 적용된다.

따라서 순수하게 받는 연봉만 1억원을 훌 쩍 넘는다. 기업들이 임원들에게 이처럼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이유는 기업의 미래가 임원들에게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부장 이하 직원들도 물론 회사에 중요한 존재이지만 임원의 결 정 하나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검증받은 인재를 잘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한다.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해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원이 되면 일단 1년 계약직으로 바뀐다. 성과를 못 내면 언제든지 회사를 떠 날 각오를 해야 한다. 일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LG의 한 임원은 "집단소송제 등이 도입되면서 내 결정 하나가 회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니 어떤 때는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말했다 . <백순기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