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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 ㅣ 만화규장각지식총서 3
이현석 지음 / 부천만화정보센터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의 왕국, 만화의 이상향, 만화가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 일본... 등등등
120여 페이지의 슬림한 분량과 4,000원도 안 되는 슬림한 가격으로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6년 여간 일본 만화 출판사 업무 경력과 수도대학동경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사람답게 심도 있는 통찰력으로 쓰여져 있었고, 내 눈에는 흡사 논문책을 보는 듯 했다.(내 스타일이야~^^) "최종병기그녀"의 작가 다카하시 신, 그리고 고단샤 애프터눈의 30년차 편집장인 유리 고이치와의 치밀한 인터뷰가 실려 일본 현지의 사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그 동안 일본을 만화의 이상향으로 바라보며 동경해 왔다. 작년부터 2년 간 도쿄를 방문하면서 지하철이나 도시락점 등에서 심심찮게 만화잡지를 읽는 중년 신사들을 보면서, 역시 일본은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이 책 덕분에 나는 그 동안 내가 느끼고 알고 있었던 일본이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본에서 만화라는 매체의 영향력은 매우 뛰어날 것이라고, 그리고 만화인이라는 직업은 많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일이라 생각해 왔었는데, 실은 정반대로 "싸구려 문화"로 취급받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스포츠나 영화와 드라마가 주류 문화인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만화는 단지 비주류, 하부 문화였던 것이다.
만화인으로서의 삶은 일본이라고 더 편하거나 처우가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만화는 배고픈 예술이고 뼈를 깎는 노력의 삶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한국보다 10배 이상 큰 시장이기에 그만큼 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곳이 일본인 것이다.
일본이라고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치와 사회를 향한 자유로운 비판의 소리를 외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천황을 아예 언급하기조차 불가능하다. 일본이 한국보다 자유로운 표현은 딱 두 가지 - 섹스와 폭력 뿐이다.
저자는 최종결론에서 오히려 한국에 많은 가능성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한국에는 일본보다 더욱 다양한 유통채널, 또 더 다양한 표현의 양식과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끊임없는 여론의 갈등과 충돌에서 비롯되는 창작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만화인으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좋은 책을 집필해 주신 이현석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한국에 더 많이 알려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